제주도로 떠난다면…"여기 돼지고기 먹어봤어?"
[김성찬의 알리오올리오⑩]제주 먹을거리 기행…고기국수와 돔베고기, 흑돼지 삼겹살
머니투데이 스타일M 김성찬 칼럼니스트 | 2014.08.07 09:57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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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이 범람하고 갖가지 음식사진이 올라오는 시대다. 혼자 알기 아까운 맛집과 맛있는 음식 있으면 '알리오', 사진도 찍어 '올리오'.
/사진=김성찬 |
제주도는 수려한 자연경관만큼이나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해산물, 흑돼지, 햄버거, 말고기 등 위시리스트는 금세 꽉 찼고 첫 방문으로 모든 걸 맛볼 순 없어 보였다. 제주도를 소개하는 여행 책자 몇 권을 뒤적이면서 우선순위를 따져 몇 가지를 추려냈다. 흑돼지 삼겹살, 고기국수, 돔베고기, 돼지두루치기가 그것이다.
/사진=김성찬 |
다음 날엔 돔베고기를 찾아 떠났다. 숙소가 공항 근처에 있던 터라 제주시내에 있는 가게를 선택했다. 이름이 알려진 가게라 쉽게 찾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택시에서 내리고도 스마트폰 지도를 길잡이 삼아 한참을 들어갔다. '돔베'는 제주말로서 도마라는 뜻이다. 도마 위에 돼지고기 수육이 올라온다. 수육이라고 하면 그리 희귀한 게 아니라서 새로울 것도 없지만 지역색 짙은 작명 탓인지 완전히 다른 음식 같았다. 맛도 좋았다는 건 두 말할 나위 없겠다. 얼마나 인상 깊었던지 홍대 앞 막걸리 집 메뉴판에서 돔베고기를 발견했을 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사진=김성찬 |
영화 '쿵푸팬더'에서 팬더는 아버지가 만드는 국수의 레시피를 알고 싶어 한다. 이렇게 맛있는 국수엔 분명히 특별한 레시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다. 팬더의 아버지는 영화 말미 그 비밀을 팬더에게 말해준다. 레시피 따위는 없으며 모든 것은 네 믿음에 달렸다고. 네가 스스로를 드래곤 워리어라고 믿으면 바로 드래곤 워리어라는 혜안이다. 알듯 말듯 한 말이지만 내 제주도 돼지고기 순례도 비슷한 듯하다. 고기국수나 돔베고기, 흑돼지는 서울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다. 그래도 제주도라서 특별했다면 아름다운 제주도 풍경에 대한 믿음과 동행한 사람에 대한 믿음, 무엇보다 흑돼지 삼겹살에 대한 나의 절절한 믿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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