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럭셔리'에 질렸다?, '심플 워치'의 부활

시계 본질에 충실한 '드레스 워치' 인기…멋과 실용 동시에 챙기는 소비자 늘어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4.08.10 15:10  |  조회 12534
파텍필립 칼라트라바 5123
파텍필립 칼라트라바 5123
고급 수입시계 시장에도 '다이어트' 바람이 불고 있다. 복잡한 기능을 줄이고 시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드레스 워치'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과시'와 '화려함'만 추구하던 국내 수입 시계 소비패턴이 실속형으로 전환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파텍필립과 바쉐론콘스탄틴, 롤렉스 등 고급 수입시계 브랜드의 드레스 워치 판매는 전년보다 약 25% 늘어 전체 수입시계 판매 증가폭 2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드레스 워치는 복잡한 기능 없이 시침과 분침, 초침만으로 구성돼 오로지 '시간'만 표시해 준다. 퍼페추얼 캘린더(시·분·초는 물론 그레고리오력에 의거한 날짜·요일·월·연호·윤년 주기를 표시하는 영구 캘린더)와 문페이즈(달의 운행 표시), 뚜르비옹(중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 오차를 보정하는 장치) 등 고급 기능을 탑재한 '컴플리케이션 워치' 보다 단순하고 깨끗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시계다.

파텍필립의 '칼라트라바' 라인이 대표적 모델이다. '칼라트라바'는 경제대공황이 한창이던 1932년 첫 모델이 출시됐다. 지나치게 비싼 컴플리케이션 시계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클래식한 멋까지 갖춰 대 히트를 친 모델이다. 국내에서 잘 팔리는 모델은 2012년 바젤월드에서 소개된 '칼라트라바 5123'이다.

바쉐론콘스탄틴 패트리모니 데이트 오토매틱
바쉐론콘스탄틴 패트리모니 데이트 오토매틱
바쉐론콘스탄틴의 '패트리모니'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드레스워치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로도 유명한 패트리모니는 두께가 8.31mm에 불과해 심플함을 추구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드레스워치는 기능이 단순화된 만큼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칼라트라바와 패트리모니는 국내에서 3000만~4000만원 대에 판매된다. 컴플리케이션 워치가 보통 1억원이 훌쩍 넘는 고가임을 감안하면 가격 부담이 덜하다.

바쉐론콘스탄틴 관계자는 "매년 성장하는 고급 수입시계 시장의 특성상 드레스워치의 인기를 내수 침체의 결과로 보기는 힘들다"며 "그보다 과시에 방점이 찍힌 수입시계 소비 패턴이 선진적으로 변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수입시계 업체 9곳의 매출액 합계는 지난 5년 사이 3배 이상 늘어날 만큼 급성장했다. 수입시계 시장은 불황의 무풍지대 였던 셈이다.

한 수입 시계 콜렉터는 "화려한 컴플리케이션 워치에 열광하다가 결국 시계의 본질을 찾는 것이 마니아들의 특성"이라며 "특히 디자인이 단순한 드레스워치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모델로 마니아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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