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화장품' 서경배 아모레 회장 뚝심경영 통했다

M&A나 이종사업 눈돌리지 않고 화장품만 몰두…메가브랜드 전략, 해외시장 공략 '대성공'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4.08.15 06:04  |  조회 26519
'오직 화장품' 서경배 아모레 회장 뚝심경영 통했다


#1. 지난달초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과 함께 방한한 영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서울 동대문 쇼핑몰을 깜짝 방문해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매장에 들러 에센스와 수분팩을 구입했다. 라네즈는 중국 300여개 대형백화점 1층에 입점해 있어 중국인들에게 친근한 브랜드다. 중국 젊은 여성들이 각종 기념일에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로 라네즈를 꼽을 정도다.

#2.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월부터 인천공항과 시내 주요 면세점에서 설화수, 헤라, 라네즈 등 화장품 단일품목의 구매수량을 1인당 10개로 제한하는 긴급 처방을 내렸다. 일부 중국인이나 동남아 관광객들이 물량을 싹쓸이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사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생산수량을 맞추지 못하다 보니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는 행복한 고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국경을 뛰어넘어 외국인 고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의 뚝심경영이 한 몫 했다. 서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이종 사업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오직 화장품 사업에만 집중하며 아모레퍼시픽은 탄탄한 실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 2분기 매출액은 1조17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14.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44.9% 증가한 1723억원, 당기순이익은 30% 증가한 1286억원을 보였다. 화장품 담당 애널리스트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실적'이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급기야 200만원을 돌파하며 황제주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화장품 한우물 전략 통했다…'어닝 서프라이즈'의 연속=1990년대초만해도 아모레퍼시픽그룹(당시 태평양그룹)은 화장품 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보다 일찍 경영난이 찾아왔고 서 회장(당시 태평양 기획조정실 사장)은 화장품 외에는 모든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서 회장이 직접 나서 증권과 패션, 야구단, 농구단 등 본업과 무관한 사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직 화장품 사업에만 몰두한 결과 외환 위기에도 탄탄한 성장 발판을 마련해 화장품 1등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서 회장은 경영상황이 좋아진 뒤에도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2010년 전후로 LG생활건강 등 경쟁사들이 M&A로 몸집을 불리며 맹추격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흔들리지 않았다. 되레 기존 제약 사업마저 축소하며 화장품에 올인했다. 새로운 사업에 힘을 낭비하지 않는 대신 '설화수', '헤라',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같은 주력 브랜드를 단일 매출액 5000억원(설화수는 1조원) 브랜드로 키우자는 메가 브랜드 전략을 선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내실 경영은 대박 실적으로 이어졌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늘어난 2조3165억원, 영업이익은 32% 늘어난 3862억원을 달성했다. 올 연말에는 매출액 4조원 돌파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2015년 목표인 매출 5조원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직 화장품' 서경배 아모레 회장 뚝심경영 통했다

◇"해외로 해외로" 과감한 글로벌 경영, 투자 결실도 탄력=서 회장은 화장품으로 사업을 좁힌 대신 해외사업은 확대하는 남다른 선구안도 지녔다. 중국 등 아시아는 물론 미국, 프랑스 등 선진 시장까지 공략하는 등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했다. 해외사업 특성상 투자비용 대비 실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지만 서 회장은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뚝심있게 기다리며 과감한 현지 투자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진출한 해외시장은 13개국으로 매장수는 총 4500개에 달한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오는 10월 대지면적 9만2788㎡, 건축면적 4만1001㎡의 대규모 생산기지도 완공한다. 연간 1억개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말 현재 해외 임직원 수는 6618명으로 국내 임직원 수 4700여명을 넘어섰다. 이 중 중국 현지 직원만 5609명이다. 해외 직원 수가 국내 직원 수를 역전한 것은 1945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 아모레퍼시픽이 해외사업에 얼마나 힘을 싣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 들어 해외 매출은 우상향 곡선이 더욱 가파르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해외매출은 2011년 3272억원에서 2012년 4226억원, 지난해 5399억원으로 뛰었다. 올 1분기 1618억원였던 해외 매출은 2분기 1904억원으로 늘어 분기 매출 20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3~4분기 매출이 높은 화장품 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올 연말까지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은 8000억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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