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디저트처럼 달콤한 '푸딩 키스' 해보셨나요?

[김정훈의 썸⑭]사랑과 음식의 10가지 공통점

머니투데이 스타일M 김정훈 칼럼니스트  |  2014.09.04 16:35  |  조회 1797
썸. 묘한 단어가 등장했다. 짜릿한 흥분과 극도의 불안감이 공존하는 롤러코스터 마냥, 탈까 말까 망설여지기도 하고. 간질 간질. 정체를 알 수 없는 간지러움에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랑만큼 떨리지만 이별보다 허무한 '썸'. 그리고 편식남 편식녀를 비롯한 그 밖의 다양한 '썸'에 대한 연애칼럼니스트 김정훈의 토킹 릴레이.
/사진='쁘티첼' 광고 영상화면 캡처
/사진='쁘티첼' 광고 영상화면 캡처
지난 주말 오랜만에 푸딩을 먹었다. 편의점 들렀다 호기심에 구입했는데 맛이 꽤 괜찮았다. 문득 초등학교 시절 처음 접했던 푸딩 CF(TV 광고)가 떠올랐다. 1993년 쯤이었을 거다. 당시 인기그룹인 '노이즈'가 출연해 히트곡인 '너에게 원한 건'을 불렀던 그 광고.

요즘 나오는 푸딩 광고는 1993년보다 훨씬 세련돼졌다. 인기배우 김수현의 "푸딩 할래?"라는 멘트는 "키스할래?"를 연상케 한다. "푸딩보다 달콤한 네 입술을 먹고 싶어"라는 그의 대시는 대단히 섹시하다. 실제로 상당수 여성들은 '정말로 푸딩 같은 키스가 있을까? 궁금해한다. 푸딩처럼 달콤한 키스 경험이 없어 그 푸딩을 10개나 사선 광고 속 주인공을 상상하며 맛있게 먹었다는 지인도 있다.

물론 달콤한 스킨십을 경험해 본 여성들도 많다. 그녀들은 부드러운 푸딩, 달콤하게 녹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금방 오븐에서 꺼낸 따뜻한 초콜릿 케이크 등 달콤한 디저트를 황홀한 키스에 종종 비유하곤 한다. 헌데 남자들은 키스의 짜릿함이나 성공여부에 대해 이야기 하긴 해도 그 맛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키스를 하지 못해 안달 난 남자들에게 종종 얘기한다.

/사진='쁘티첼' 광고 영상화면 캡처
/사진='쁘티첼' 광고 영상화면 캡처
"키스는 하는 게 아니라 먹는 거야. 무작정 하려 드니까 여자들이 거부하지. 맛이 검증되지도 않은 입술인데 상당한 각오가 필요하지 않겠어? 그래서 그 과정엔 사랑이 필요한 거지. 물론 사랑없이 키스를 나누는 남녀도 많지만.

키스를 하기까지 필요한 감정이 사랑이든 호기심이든 간에, 너에게 당장 필요한 건 어떻게 첫 시작을 하느냐겠지? 그럴 땐 너와의 키스가 아주 부드럽고 달콤한, 자꾸자꾸 먹고 싶어지는 디저트와 같다는 걸 충분히 연상시켜 주는 게 중요해. 분위기를 잡는데 성공했다면 첫 키스는 무조건 부드럽게 하는 편이 좋아. 거칠고 사나운 키스를 그녀가 원하면 어떻게 하냐고? 그건 그녀가 그런 신호를 보낼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안전하지. 강약약 중강약약 조절은 그 다음에 해도 좋으니 너무 성급해 마."

감정도 중요하지만 키스를 잘하는 기술도 중요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키스를 리드하는 분위기, 그리고 키스시의 리듬감은 섹스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리듬감 없는 키스를 하는 남자는 섹스도 마찬가지일 확률이 높다. 마늘이나 부추, 양파가 들어간 음식을 피하는 건 기본 센스다.

비단 스킨십뿐 만이 아니라, 연애나 사랑 역시 맛있게 먹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음식과 사랑을 비교해 보는 건 꽤 재밌는 것 같다. 다음은 음식과 사랑의 공통점 10가지.

/사진=MBC '파스타'
/사진=MBC '파스타'
-어릴 땐 다양한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뷔페도 좋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맛있는 음식 하나만 먹어도 만족스럽다. 그리고 만족할 수 있는 음식을 제발 먹어 보고 싶다.

-자극적인 건 맛있다. 하지만 몸에 좋지 않다. 패스트푸드 역시 마찬가지.

-내 식성을 완벽하게 아는 가게를 찾아 거기만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레스토랑의 손님은 오직 나 뿐이어야 한다. 다른 손님이 많은 건 질색이다. 내가 주문할 차례를 기다려야하는 것도, 내가 먹는 맛있는 음식을 누군가 똑같이 맛있게 먹는 것도 싫다. 오직 나만을 위한 레스토랑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맘에 드는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그냥 다 좋다. 그런데 싫어질 땐 그 이유가 확실히 보인다. 음식 맛, 분위기, 화장실 청결도, 트집 잡으려면 한도 끝도 없다. 내가 변한건지 사장이 변한건지는 몰라도.

-가끔은 다른 레스토랑의 다른 음식도 궁금해진다. 단골 레스토랑을 버리고 새로운 레스토랑에 가서 만족하기란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곳을 찾았을 경우엔 이전 레스토랑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그것에 길들여진 사람은 늘 새로운 맛을 찾아 헤맨다. 단골가게에서 편안히 웃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 하면서.

- 늘 가던 레스토랑이 갑자기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른다. 내가 만약 그 곳의 음식을 좋아했다면, 그걸 영원히 먹을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직접 그 요리를 내가 할 줄 알게 되는 것 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그가 주는 사랑에 지나치게 길들여지게 되면 나중의 상실감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러니 능동적으로 사랑하라.

-지나치게 유통기한이 긴 음식엔 크게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확인해 봤을 땐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후다. 그러니 늘 옆에 있을 것만 같은 오래된 연인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맛있다고 무작정 먹으면 살찐다. 다이어트는 이별만큼 힘들다.

-먹어야 산다. 음식이든 사랑이든 고픈 사람들은 상당히 히스테릭하다.

혹자는 어떻게 고귀한 사랑을 왜 음식에 비유하냐며 정색할 수도 있겠다. 글쎄. 사랑도 음식도 없으면 살아 갈 수 없다는 것에선 비슷하지 않을까? '사랑할 사람을 만날 순 있지만 평생 맛있는 음식을 못 먹는 것'과 '사랑할 사람은 못만나지만 평생 황홀한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것' 중 1가지만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먹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데. 그래서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최고의 기쁨이다. 맛있는 레스토랑과 달콤한 디저트 가게를 꿰차고 있는 남자들이 연애의 고수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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