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VIP, 국경절에 백화점서 하루 6000만원 썼다

백화점 개장 전부터 장사진…화장품, 가방, 모피에 밥솥까지 수백만원 쇼핑객 수두룩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민동훈 기자  |  2014.10.06 06:11  |  조회 19205
롯데백화점 본점 4층 '글로벌 VIP 라운지'에서 대화를 나누는 중국인 고객들/사진제공=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본점 4층 '글로벌 VIP 라운지'에서 대화를 나누는 중국인 고객들/사진제공=롯데백화점

지난 3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4층 글로벌 VIP 라운지. 디웬웬씨(40·가명)와 친구 2명이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라운지에 들어섰다. 국경절(10월1∼7일)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은 그들은 이날 오전부터 온종일 백화점 쇼핑을 즐겼다. 구입한 제품을 살펴보니 화장품과 가방, 의류, 구두, 시계, 모피코트까지 한국 브랜드 제품이 수두룩했다. 원액기와 밥솥도 샀는데 들고 다닐 수가 없어 현재 묵고 있는 호텔까지 배달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디웬웬씨는 "한국에 처음 왔을때는 명품 브랜드만 골라서 쇼핑을 했는데 요즘은 한국 제품 구입하러 3∼4개월에 한차례는 나온다"며 "가격 할인에 덤으로 주는 경품이 풍성한데다 돈을 많이쓰는 고객에게 대접을 확실히 해주니 쇼핑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국경절 연휴기간 한국을 방문한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들면서 백화점 업계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백화점 개점시각(오전 10시30분) 전부터 입구에서 기다리다 점포 문이 열리면 경쟁적으로 지갑을 여는 유커를 맞느라 백화점 직원들은 눈코 뜰새 없다.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입구. 국경절을 맞아 '컨시어지 서비스 센터'를 운영중이다. /사진=홍봉진 기자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입구. 국경절을 맞아 '컨시어지 서비스 센터'를 운영중이다. /사진=홍봉진 기자
◇"화장품부터 밥솥, 모피까지…하루 500만원 쇼핑 쉽네"=롯데백화점이 지난 8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글로벌 VIP 라운지는 당일 기준 500만원, 연 누적 기준 1000만원 이상 쇼핑한 외국인 고객들의 휴게 공간이다. 라운지에 입장하면 중국어가 능통한 직원이 간단한 다과를 무료로 제공하고 텍스 리펀드(세금 환급) 서비스도 해준다. 1일 평균 20∼30명이 라운지를 찾는다. 디웬웬씨의 경우 이날 하루 쇼핑한 금액이 1500만원을 넘었다. 친구들 쇼핑액까지 합하면 3000만원에 달하는 제품을 사들였다.

글로벌 라운지에서 근무중인 한 직원은 "VIP 고객이라고 무조건 비싼 제품만 구매하지는 않는다"며 "명품 가방과 시계부터 설화수·후 화장품, MCM 가방, 오브제·지고트·스타일난다 의류, 쿠쿠 밥솥, 휴롬 원액기까지 다양한 가격대 한국 제품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커 VIP들은)구매금액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며 "하루에 600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도 만나 봤다"고 덧붙였다.

씀씀이가 큰 고객들은 일반 단체 관광객과 달리 1년에 2∼3차례 이상 한국을 방문한다. 쇼핑 자체를 즐기고 고급 호텔에 묵으며 우수고객(VIP) 멤버십 서비스를 누리고 싶어한다. "머무는 기간이 3∼4일로 길지 않지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사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연 100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은 연평균 2.4회 재방문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금환급 현장마다 긴 줄…여행정보 질문 많아=롯데백화점이 국경절 기간 본점 1층에 특별 운영중인 '컨시어지 서비스 센터'도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통역부터 세금 환급, 환전, 관광안내, 무료 와이파이 등 다양한 서비스가 이뤄졌다. 쇼핑 정보를 비롯해 명동, 남산 등 주요 관광지와 인긱 식당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세금 환급 데스크 앞에는 오후 5시 현재 쇼핑을 마친 60~70여명이 대기중이었다.

화장품과 의류 매장에선 휴대폰에 저장해온 한국 제품 사진을 내미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한 의류매장 직원은 "국경절이 시작된 이후 손님의 절반은 중국인"이라며 "한류 스타들이 착용했던 특정 제품을 비롯해 시즌이 지났거나 품절된 제품을 구입하고 싶어하는 마니아층도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달 1∼4일 롯데백화점 본점의 중국인(은련카드 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10.2~5) 대비 79.6% 늘었다. 본점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지난해 14.8%에서 올해 17%로 뛰었다. 현대백화점의 중국인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2% 증가했다.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텍스 리펀드 라운지' 앞에서 중국인들이 세금 환급을 받으려고 줄을 서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텍스 리펀드 라운지' 앞에서 중국인들이 세금 환급을 받으려고 줄을 서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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