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한국판 '블프'..국내 경제 기여 효과는?

유통사들, 미국 '블프' 대항마 필요성 절감…거래액 1000억원, 실 경제효과 1500억 넘을듯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민동훈 기자  |  2014.12.09 06:00  |  조회 7351
'적과의 동침' 한국판 '블프'..국내 경제 기여 효과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주도한 오픈마켓 11번가 마케팅팀은 이 행사를 처음 기획할 당시만 해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평소 경쟁관계인 유통업체들이 한데 모여서 적과의 동침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팀원 누구도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박준영 11번가 마케팅실장은 "공동 마케팅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업체들과 개별 접촉을 벌였다"며 "그러나 예상 밖 호응에 일사천리로 업무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회의를 한 것은 10월 초 단 한차례 뿐이었다. 이 자리에서 행사일정과 할인율, 마케팅 콘셉트 등 공통 기준을 정했고, 나머지는 각사 내부 사정에 따르기로 했다. 이후 마케팅 세부 결정은 이메일과 전화로 모두 해결했다.

10개 유통사가 2개월간 공동으로 준비한 결과 오는 12일 역대 온라인몰 사상 최대 인 2000억원 물량이 풀리게 됐다. 온라인몰 할인 행사기간 소진율을 적용하면 실제 거래액은 1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조원에 달하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규모의 1%에 그치지만 국내 유통사들이 자발적으로 해외 직구 대항마을 공동 기획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경쟁관계 한국 유통사들, 의기투합한 이유는=국내 유통업체들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기획한 것은 최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해외 직구 열기가 국내 유통업체 매출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배송 대행업체 몰테일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기간(11월28일∼12월1일)동안 배송대행 건수는 약 6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총 배송대행 건수도 17만5000여건으로 전달 대비 61% 증가했다. 반면 이 기간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일부 해외쇼핑 카테고리를 제외한 일반 매출은 평소보다 10∼20% 줄었다.

그동안 국내 유통사들도 연말 할인을 해왔지만 행사기간이나 할인율이 제각각이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한계가 있었다. 미국처럼 모든 유통사들이 단 하루 파격세일을 진행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마케팅이 절실하다고 느낀 것이다.

현대H몰 관계자는 "행사에 참여하는 유통업체들이 많을수록 소비자들의 관심도 더 커지지 않겠느냐"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자리를 잡으면 굳이 공동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12월 둘째주 금요일에 더 많은 유통사들이 할인행사를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할인방식과 규모 등은 이해관계가 달라 각 사가 자율적으로 정하기로 했다. 특히 공정거래법에 따라 업체별 할인율이나 품목수 등을 제한할 수 없어 일정만 통일하고 행사방식과 마케팅은 자율에 맡기는 식으로 조율했다.

◇한국판 '블프' 경제효과 1000억원 넘을 듯=참여업체들은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하루 동안 거래액 1000억원, 거래건수 500만건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0개 온라인몰의 각 트래픽(사이트 방문자수)과 거래액을 감안해 분석한 수치다.

11번가 관계자는 "지난해 단독으로 행사를 진행했을 때도 성과가 좋았다"며 "올해는 10개 업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만큼 할인행사 파급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토종 업체들이 공동 기획하고 상품 납품과 배송도 국내 업체들 몫이라는 점에서 경제 효과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건당 2500원 수준인 배송료만 따져도 이날 유발되는 배송비만 125억원에 달한다.

또 재고처리에 따른 납품업체 기대수익과 제품가격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등 세수 증대 효과를 감안하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경제효과는 거래액의 1.5배에 달하는 1500억원을 훨씬 웃돌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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