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만 7만원, "꽃중년 남성들에 바버숍 왜 인기있나?"

커트에 헤어·수염 관리는 기본, 위스키·시가 서비스도..편안한 남성만의 휴식공간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스타일M 이은 기자  |  2014.12.13 09:00  |  조회 25736
서울 용산구 한남동 '헤아' 바버숍에서 중년 남성이 헤어 관리를 받고 있다. /사진=스타일M 이은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헤아' 바버숍에서 중년 남성이 헤어 관리를 받고 있다. /사진=스타일M 이은 기자
직장인 홍민수 씨(33·가명)는 한 달에 한 번씩 남성 전용 이발관인 '바버숍'을 찾는다. 여성들이 많은 미용실에선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설명하는 것조차 낯설었지만 남성 전용공간인 바버숍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머리 뿐 아니라 구레나룻 스타일까지 상담할 수도 있고, 피곤한 날은 두피나 목·어깨 마사지도 가능하다. 테라스와 시가룸에서는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담배도 피울 수 있다.

최근 미용실 대신 남성 전용공간인 바버숍을 찾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바버숍은 주로 이발과 면도를 해주는 곳으로 기능면에선 이발소나 미용실과 비슷하지만 차별화한 서비스로 30∼50대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 사이에 특히 인기다.

◇"나는 소중하니까" 지갑 여는 꽃중년들=바버숍은 2∼3년전 서울 강남과 홍대입구, 한남동 일대를 중심으로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들 지역에만 수 십곳의 바버숍이 영업 중이다. 헤어 커트와 염색, 파마 등은 물론 수염·구레나룻 관리에서 안마, 패션 스타일 상담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헤어 스타일리스트는 대부분 남자로 이용사 국가기술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 자격증이 있어야 면도 시술을 할 수 있어서다. 주요 매장의 서비스 가격은 △커트 3만∼7만원 △파마 12만∼17만원 △염색 8만∼17만원 △수염 관리 2만∼4만원 등이다. 이는 동네 이발소나 미용실보다 3∼4배 비싸지만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압구정동 일대 미용실과 비슷한 수준이다.

/표=바버숍 서비스 가격
/표=바버숍 서비스 가격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외모 관리에 관심을 갖는 남성들이 늘면서 바버숍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주 고객층은 소비력을 갖춘 30∼50대 중년들. 한남동 '헤아' 바버숍에서 근무하는 이용휘 씨는 "남성 고객들은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고 대접받는 느낌을 원하기 때문에 보통 바버 1명이 매 시간당 고객 1명만 예약을 받아 집중 서비스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백화점과 패션 편집숍 등도 바버숍 운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금력을 갖춘 남성 소비자를 위해 롯데백화점 미아점에는 바버숍 '보그옴므 헤어'가 입점했고,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도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편집숍인 '루이스클럽' 매장 내에 바버숍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면도기 제조업체 도루코리빙은 대학가에 바버숍 팝업스토어를 열고 체험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표=지역별 주요 바버숍 현황
/표=지역별 주요 바버숍 현황
◇미용실 떠나는 남자들, 바버숍 찾는 이유는=바버숍의 최대 장점은 편안한 서비스다. 남성들이 미용실에서 전문적인 헤어스타일을 맡기려면 용기가 필요한데 남성 전용공간이라는 바버숍 콘셉트가 이를 충족시켜준다.

A은행에서 지점장으로 근무하는 김준호씨(53·가명)는 "머리숱이 점점 줄어 고민인데 미용실만 가면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 불편했다"며 "바버숍에선 탈모 고민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고, 두피 관리도 편하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라져 가는 이발소와 여성고객 중심의 미용실과 달리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것도 바버숍의 인기 요인이다. 전담 이발사가 머리카락 상태나 머리숱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제안하는 만큼 편하게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다. 얼굴형에 적합한 수염 관리와 체형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패션 상담도 가능하다.

남성들을 배려한 서비스도 바버숍만의 매력이다. 미용실에서는 주로 커피, 차 등 음료를 서비스하지만 바버숍에선 음료 외에 위스키나 칵테일 등도 공짜로 제공한다.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시가를 판매하거나 흡연 공간을 따로 마련해 편하게 쉬면서 스타일을 꾸밀 수 있다. 구두를 깨끗하게 닦아주는 '슈사이닝' 서비스 같은 배려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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