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기업은 떠나는데…한국 패션·뷰티브랜드 홍콩가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대홍콩 정책 위기 아닌 기회로 판단…"본토 관광객 늘어 시장 확대 전망"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5.01.20 07:20  |  조회 7610
이랜드가 지난 16일 홍콩 '디파크'에 오픈한 복합관 전경. 정식 개장에 앞선 3일간의 프리 오픈 기간 약 10만명의 고객이 이 곳을 찾았다/사진제공=이랜드
이랜드가 지난 16일 홍콩 '디파크'에 오픈한 복합관 전경. 정식 개장에 앞선 3일간의 프리 오픈 기간 약 10만명의 고객이 이 곳을 찾았다/사진제공=이랜드


국내 패션·뷰티 업계가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 이후에도 여전히 체제불안 위험을 안고 있는 홍콩에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홍콩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 정부의 대홍콩 정책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해석하고 있어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홍콩에 진출한 국내 패션·뷰티 주요 브랜드는 약 12개다. 아모레퍼시픽 계열 몇몇 화장품 브랜드를 제외하고 홍콩시장에 진출 브랜드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지난 2013년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패션·뷰티 브랜드, 너도나도 '홍콩행'=제일모직과 YG엔터테인먼트의 합작 브랜드 '노나곤', SK네트웍스의 '루즈앤라운지' 등 국내 주요 패션브랜드들은 홍콩 현지에 매장을 열었다. 아모레퍼시픽과 네이처리퍼블릭 등 한류 화장품 핵심 브랜드들도 홍콩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최근엔 이랜드그룹이 홍콩 '디파크' 쇼핑몰에 한국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5500㎡) 현지 복합관을 개장했다. 이곳에는 스파오와 후아유, 티니위니, 케이스위스, 팔라디움 등 이랜드의 주요 브랜드 5개가 동시에 입점했다. 특히 이랜드는 중국 본토에 52조원에 달하는 자산 대부분을 중국 본토에 둔 홍콩 최대 유통기업인 신세계그룹과의 관시를 앞세워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처럼 한국 패션·뷰티 기업들이 홍콩 투자를 늘리는 것은 중국 본토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홍콩을 찾는 본토 관광객이 늘어 홍콩 사업 환경은 장기적으로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홍콩에서 반중 정서로 본토 관광객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본토 관광객은 더욱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실제 홍콩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1997년 236만명에서 지난해 약 3500만명으로 늘었다. 특히 홍콩 전체 방문객의 4분의 3이 중국 본토 관광객으로 이는 홍콩 인구의 5배를 웃도는 수치다.

◇현지기업 '탈 홍콩'과 대조…사업 불확실성 감안해야=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홍콩사업 확장은 최근 홍콩 현지 기업들이 해외로 이탈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여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홍콩 최대기업인 청쿵그룹은 지난 9일 신규 지주법인을 영국령 케이맨제도로 옮겼다. 오너인 리카싱이 중국 본토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슈퍼마켓 체인 '바이자'를 비롯해 상하이 루자쭈이 오리엔탈파이낸셜센터와 베이징 잉커센터 등 중국 본토 자산도 처분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근 홍콩 정세를 감안하면 업계의 현지 공략 확대는 불확실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민주화 시위 이후 홍콩에 대한 중국 본토의 영향력이 커지며 홍콩 특유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금융허브 기능도 상하이로 분산돼 홍콩의 독립성은 점차 약해지는 추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홍콩은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임대료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비싸 수익을 내기는 힘들다"며 "최근 현지 판매 대행사의 부실로 화장품 브랜드숍 미샤의 일부 매장이 문을 닫는 등 브랜드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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