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진실은 완벽한 거짓 뒤에 숨어 있다…뮤지컬 '셜록 홈즈'

[이현지의 컬티즘<32>] 치밀한 완성도 돋보이는 국내 창작 뮤지컬, 일본으로 수출까지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5.01.26 08:58  |  조회 5899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
/사진=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

드디어 깨졌다. 국내 창작뮤지컬에 대한 오랜 편견 말이다. 2주 전에 본 뮤지컬 '심야식당'에서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 그 편견이 드디어 지난 주, 두산 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관람한 뮤지컬 '셜록홈즈: 앤더스가의 비밀(이하 '셜록홈즈')'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이라고 착각할만큼 스토리의 완성도가 치밀하고, 넘버가 세련됐으며, 무대 연출과 넘버가 수준급이고, 배우들의 연기도 완벽했다.

먼저 스토리다. 이 뮤지컬은 분명히 절절한 로맨스가 기본 골자다. 그러면서도 뮤지컬로서는 다소 생소한 '추리'라는 장르가 결합되면서 흥미를 더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라진 한 여자와 그녀를 찾는 세 남자. 완벽해 보이는 진실 뒤에 숨겨진 완벽한 거짓. 그리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명탐정 셜록 홈즈의 추리가 끊임없이 맞물리며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나간다. 뮤지컬 '심야식당'에서 아쉬운 부분이었던 넘버들 사이의 늘어지는 순간이 이 뮤지컬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플레이DB 사이트
/사진=플레이DB 사이트


빠른 템포의 음악에도 전혀 흐트러짐 없이 박자에 맞는 대사를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연기도 관객들이 극에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거의 랩과 같이 빠르게 대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관객들은 정확하게 대사를 전달받을 수 있다. 빠른 대사를 주고 받는 배우들 간의 호흡은 이들의 어마어마한 연습량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에릭과 아담의 1인 2역을 맡은 배우 이충주는 한 무대에서 쌍둥이 형제의 대화를 전혀 어색함이 없이 연기한다. 같은 옷을 입은 같은 얼굴의 배우가 목소리 톤과 표정만으로 다른 사람을 연기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무대 연출 역시 매우 섬세하다. 특히 셜록 홈즈가 추리를 해나가는 부분에서는 마치 현장의 무대가 아니라 편집된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홈즈의 머릿속을 완벽하게 무대 위에 구현한다. 스토리 자체가 셜록 홈즈가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이 부분에서의 연출력은 극의 완성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무대장치의 움직임도 수준급으로, 영상에 익숙해진 세대가 무대의 극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을 완벽하게 차단해준다.

물론 내가 이 정도로 뮤지컬 '셜록 홈즈'를 감탄하며 본 것은 어린 시절 셜록 홈즈 전집을 섭렵하며 추리 소설 작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개인의 취향이 작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확실히 지금까지의 국내 창작 뮤지컬에서 한 단계 성장한 작품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지난해 말, 일본본으로 수출돼 공연 막바지에는 입석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니 말이다. 창작 뮤지컬이 해외 현지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평균 몇 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성과는 매우 놀랍다. 국내 창작 뮤지컬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완벽한 진실은 완벽한 거짓 뒤에 숨어 있다…뮤지컬 '셜록 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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