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가격인하 해명' 안 통하는 까닭은?

"환율 차이 따른 가격조정" 설명 대신 "판매 안돼 콧대 낮췄다"는 해석 힘 얻어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5.03.18 16:30  |  조회 12784
샤넬의 '가격인하 해명' 안 통하는 까닭은?
'노 세일' 원칙을 고수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국내 최초 가격할인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유로화 가치 하락에 따른 글로벌 가격 조정 정책의 일환이라는 것이 샤넬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깊어진 불황에 대표적 명품으로 통한 샤넬도 자존심을 버렸다는 해석이 오히려 힘을 얻는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전일부터 국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일부 잡화제품 가격을 최대 20% 인하했다. 클래식, 빈티지 라인 등 인기 상품을 포함해 샤넬이 가격을 인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클래식 미디엄은 600만원에서 538만원으로 조정됐으며 클래식 점보는 715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내렸다.

"최근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생긴 국가 간 가격 차이를 줄이기 위한 것"이 샤넬 본사 측 설명이다.

유로화 급락으로 유럽에서 유로화로 구입한 제품을 아시아 국가에서 해당 국가 통화로 되파는 '회색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아시아에서 가격을 인하하더라도 현지에서 제품 구매가 이뤄지는 것이 본사 매출 및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더 낫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다음 달까지 샤넬은 한국과 중국 등에서의 가격은 20% 가량 내리고 유럽 현지 가격은 20% 올리는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 여론은 "샤넬도 불황에 고개를 숙였다"는 쪽으로 쏠린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는 최근 구찌나 페라가모 등 몇몇 명품 브랜드들의 국내 판매와 중고 명품 시장 거래가 예년만 못한 가운데 명품 시장도 불황을 받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샤넬의 '가격인하 해명' 안 통하는 까닭은?
샤넬 측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일부 명품 브랜드 판매가 저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황과 함께 기존 소비자들이 에르메스와 샤넬처럼 아예 최고가 브랜드로 이동하거나 중가 신흥 브랜드로 옮겨간 현상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명품의 쏠림 현상이다. 따라서 샤넬의 국내 판매를 맡은 샤넬코리아의 실적은 오히려 성장세가 더 가팔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국내 판매가 좋았다는 것이 입증만 되면 "불황에 안팔려서 가격을 내렸다"는 해석 대신 샤넬 본사의 공식 해명에 힘이 실렸을 것이다.

판매가 좋았다는 사실을 숫자로 증명하면 되지만 샤넬코리아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구조다. 샤넬코리아는 2012년 매출과 영업이익 등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여론으로부터 집중적인 조명을 받자 유한회사로 전환했다는 것이 업계 추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한회사로 전환한 뒤 소위 '불통' 이미지가 커지며 브랜드 이미지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며 "가격 인하 배경에 대한 설명이 달리 해석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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