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샤테크' 신화…중고명품숍은 지금 '샤넬쇼크'

고가에 매입한 샤넬 중고백 손해 불가피…백화점 매장은 방문객 3배, 매출 2배 '껑충'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안정준 기자  |  2015.03.21 06:00  |  조회 56037
막내린 '샤테크' 신화…중고명품숍은 지금 '샤넬쇼크'

# 20일 오전 서울 명동의 한 중고명품 매장. 사무실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린다. "샤넬백 중고가격도 내렸냐"는 문의가 태반이다. 전화를 받는 직원의 표정은 어둡다. 이 직원은 "비싼 값에 매입한 (중고)물건이 많은데 샤넬 본사가 갑자기 가격을 내리는 바람에 큰 손해를 보게 됐다"며 "신상품 가격이 100만 원 이상 떨어진 만큼 중고시세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같은 날 오후 서울시내 한 백화점 샤넬 매장. 고객 20여 명이 매장 입구에 줄을 서 있다. 매장 안에선 직원들이 20대 여성고객 2명에게 핸드백을 꺼내 보였다. 매장 앞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상품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주요 백화점 샤넬매장으로 전화를 했지만 모두 연결이 안 돼 직접 왔다"며 "벌써 40분 째 기다리고 있는데 사고 싶은 핸드백이 모두 팔렸을까봐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한국 판매가를 최대 23% 인하해 후폭풍이 거세다. 종전 600만∼700만 원짜리 핸드백의 경우 100만∼150만 원 이상 가격이 낮아져 샤넬백을 주로 취급하는 중고명품 숍과 구매대행업체 등에 비상에 걸렸다.

백화점 샤넬 핸드백 판매가격과 중고 시세, 프랑스 현지 판매가격차가 사라지면서 중고명품을 구입하거나 구매대행 수요가 끊겼기 때문이다. 반면 백화점 샤넬 매장에는 핸드백을 사겠다는 고객들이 몰려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사라진 '샤테크'…중고 명품숍은 지금 '샤넬쇼크'=그동안 샤넬이 핸드백 가격을 인하한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샤넬백을 구입해 사용하다가 나중에 중고로 팔아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샤테크(샤넬+재태크)'라는 용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하지만 샤넬이 국가별로 가격을 차별화하는 정책을 버리고 '글로벌 가격 일치화(하모나이제이션)'을 선택하면서 '샤테크 신화'는 이제 없어지게 됐다. "프랑스에서 샤넬백을 1개 사오면 비행기 값이 떨어진다"며 유럽행 비행기를 타던 '명품 원정쇼핑'도 막을 내렸다.

샤넬의 이례적이고 갑작스러운 가격 정책에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중고명품 업계다. A중고명품 매장 관계자는 "샤넬은 중고시장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브랜드여서 재고를 많이 확보해뒀다"며 "매년 가격을 올려왔기 때문에 지난 연말에도 상당수 물량을 고가에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중고시세가 조정되지 않았지만 돌아가는 정황상 수수료를 포기하거나 손해보고 팔아야 판"이라며 "업자들 사이에선 샤넬에 뒤통수를 세게 맞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매대행 업계도 초비상이다. B구매대행 업체 관계자는 "샤넬백 구매대행을 희망했던 고객들이 잇따라 거래를 취소하고 있다"며 "전화 받기가 겁날 정도"라고 귀띔했다.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샤넬매장 앞. 손님들이 매장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 있다.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샤넬매장 앞. 손님들이 매장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 있다.

◇인기모델 이미 완판…백화점 매출 2배 껑충=반면 백화점 샤넬매장에는 고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샤넬매장의 경우 가격인하가 시작된 17일 이후 방문객이 평소보다 3배 이상, 매출은 2배 이상 증가했다.

고객이 한꺼번에 몰려 '2.55 빈티지', '클래식', '보이샤넬' 등 가격인하 적용 모델 중 일부는 동이 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한시적인 가격인하가 아닌데도 예상을 뛰어 넘는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놀랐다"면서 "가격인하 직전 핸드백을 구입한 일부 고객들은 차액 환불, 상품 교환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가격 조정으로 샤넬코리아 매출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샤넬이 중국에서도 가격도 내리지만 사치품을 구입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 때문에 매출이 급격히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프랑스보다 가까운 한국으로 샤넬백 원정쇼핑을 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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