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갔다"…토종 핸드백 4대 브랜드 매출 내리막

MCM, 루이까또즈, 닥스 등 매출 감소…경쟁력 상실,식상한 디자인 소비자 외면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5.03.31 06:00  |  조회 36911
/사진제공=MCM, 루이까또즈, 닥스, 메트로시티 홈페이지
/사진제공=MCM, 루이까또즈, 닥스, 메트로시티 홈페이지


MCM, 루이까또즈, 닥스, 메트로시티 등 '국내 핸드백 4대 천왕'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 스마트 소비 확산으로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고 브랜드 로고가 강조된 핸드백 수요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A백화점의 국내 4대 핸드백 브랜드(MCM·루이까또즈·닥스·메트로시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고, 올 1∼2월 매출도 8.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핸드백 매출이 각각 5.1%, 6.7% 성장한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명품백 부럽지 않다"는 옛말…매출 감소에 비상=국내 4대 핸드백 브랜드는 3∼4년 전만해도 일반 제품보다 비싸고 고가 수입 명품보다 저렴한 '매스티지(Masstige)'로 인기를 끌었다. 매년 매출이 10∼20% 증가할 정도로 고성장세를 지속했다. 백화점에 입점한 60∼70여개 국내 핸드백 브랜드 가운데 이들 4개 브랜드 매출이 절반에 육박했다. 수입 명품처럼 특정 로고나 문양을 앞세운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B백화점 관계자는 "2011∼20112년만 해도 MCM, 루이까또즈 매출이 수입 명품 브랜드 매출을 웃돌 정도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며 "지난해부터 매출이 급격히 꺾이더니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MCM의 2014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8% 감소한데 이어 올해 1∼2월엔 21.6% 줄었다. 루이까또즈는 지난해 -8.7%, 올 1∼2월 -9.7% 등 마이너스 매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닥스와 메트로시티도 지난해 각각 -3.5%, -1.2% 감소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MCM 등 4대 브랜드가 한때 백화점 할인행사에 불참할 정도로 콧대가 높았지만 요즘은 재고가 쌓여 잇따라 할인에 참여하고 있다"며 "브랜드 뿐 아니라 유통업계 관계자들도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봄날은 갔다"…토종 핸드백 4대 브랜드 매출 내리막


◇가격 경쟁력 사라진 '로고백' 외면…식상한 디자인 탈피해야=4대 핸드백 브랜드 매출이 감소한 최대 원인은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이다. 출시 제품들이 인기를 끌자 매년 가격대를 올려온 것이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 엔트리(기본모델) 제품 가격이 80만∼90만원대에 달하고, 100만원을 웃도는 제품도 많다.

사회 초년생 윤지나씨(29)는 "얼마 전 국내 핸드백 매장에 들렀다 비싼 가격에 깜짝 놀랐다"며 "차라리 가격을 더 주고 수입 명품을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윤씨처럼 초고가 수입 명품 브랜드나 가격이 저렴한 신흥 브랜드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고 있다. A백화점의 수입 명품 매출은 지난해 10%, 올 1∼2월 17.9% 증가했다. 국내 4대 핸드백 브랜드보다 가격대가 낮은 쿠론, 루즈앤라운지, 브루노말리, 제이에스티나 등 신흥 브랜드도 두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스마트 소비 확산으로 로고백의 인기가 시들한 것도 한 요인이다. 3∼4년 전 로고백이 브랜드를 키웠다면 이제는 식상한 디자인이 된 것이다. C백화점 관계자는 "전통 로고를 앞세운 브랜드들이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 매출 발목을 잡았다"며 "가격 정책이나 디자인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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