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콧대 낮춘 수입 화장품, 가용비 좋은 '대용량' 출시 봇물

신세계 입점 브랜드 10곳 중 3곳은 대용량 기획행사…불황마케팅 결과는 대박, 매출 효자 노릇 톡톡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5.04.06 16:15  |  조회 6143
크리니크 '이븐 베터 에센스 로션' 대용량 제품/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크리니크 '이븐 베터 에센스 로션' 대용량 제품/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콧대 높은 고가 화장품들이 장기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대용량 화장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 제품보다 용량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전략으로 소비자 잡기에 나선 것이다.

6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화장품 입점 브랜드 가운데 대용량 제품을 출시한 브랜드 비중은 2012년 7.4%에서 지난해 28.7%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10개 브랜드 중 3개는 기존 제품보다 용량을 늘린 대용량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대용량 화장품은 기존 제품보다 용량을 2배 늘렸지만 가격은 60~80%만 올려 같은 제품을 2개 구입하는 것보다 평균 20∼40% 저렴하다. 1980∼1990년대 경기 침체기에는 '립스틱', '미니스커트' 등 적은 돈으로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이 인기였다면 2010년대 들어 대용량 화장품이 대표적인 불황 마케팅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용량 화장품 마케팅 결과는 성공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0.1%, 화장품이 속한 잡화부문 매출은 1.8%에 그쳤지만 화장품 매출은 8.2% 증가했다.

소비자 호응이 이어져 대용량 화장품 아이템도 늘고 있다. 과거 1∼2가지 아이템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에센스, 수분크림, 자외선차단제 등 다양한 스킨케어 제품이 대용량 상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또 종전엔 시즌별로 1차례 특별기획을 통해 대용량 제품을 출시했지만 최근엔 1∼2개월마다 대용량 기획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12일까지 전점에서 '코스메틱 빅사이즈 이벤트'를 진행한다. 참여 브랜드는 △크리니크 △비오템 △SK-II △키엘 △시세이도 △후 등 6개 브랜드로 에센스, 수분크림, 자외선차단제 등 용량을 늘린 대용량 화장품을 선보인다. 특히 크리니크는 베스트셀러인 '이븐 베터 에센스 로션'의 용량을 2배 늘린 200㎖ 제품을 신세계 단독으로 출시한다. 이 대용량 제품의 가격은 6만원으로 기존 100㎖(4만2000원) 대비 30% 정도 저렴하다.

김영섭 신세계 해외잡화담당 상무는 "장기 소비침체 영향으로 대용량 화장품을 구매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상품을 구매하려는 실속 소비성향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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