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美도 빠졌다…아모레퍼시픽 설화수 1조 매출 눈앞

국가대표 화장품, 글로벌 명품브랜드로 우뚝…50년 인삼연구로 기술력 확보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5.04.17 06:00  |  조회 49447
中·美도 빠졌다…아모레퍼시픽 설화수 1조 매출 눈앞

지난 2000년 서울 용산구 한강로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 본사에선 임원들의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한방화장품 설화수의 신제품 '자음생크림' 판매가격을 20만원으로 책정하는 것을 놓고 찬반 의견이 분분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국산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외면 받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당시 태평양 사장)은 자음생크림의 판매가를 20만원으로 밀어 붙였다. 국내산 최고급 인삼에서 추출한 성분에 기술력을 더한 제품 인 만큼 품질로 승부할 자신이 있었다. 이렇게 탄생한 자음생크림은 시장에 내놓자 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한번 써 본 사람이 또 사고, 주변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면서 요란한 TV광고 한번 하지 않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 설화수가 화장품 시장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국내 최초 한방화장품으로 시작해 중국·태국·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넘어 한방화장품이 생소한 미국 시장까지 접수했다. 올해는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 최초로 연 매출(회계 기준) 1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설화수에 빠진 中·美…명품전략 제대로 먹혔다=16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지난해 설화수의 매출은 8000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04년 3000억원, 2008년 5000억원 등 고속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그룹 전체 매출액(4조7119억원)의 17%를 설화수로 벌어들인 셈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설화수는 소비자 판매가 기준으로는 이미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섰으며 조만간 회계기준으로도 1조원 돌파가 기대되는 메가 브랜드"라며 "한국은 물론 중국, 미국 등에서도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고 있어 성장성도 크다"고 말했다.

실제 설화수는 국내 주요 백화점 화장품 매출에서 샤넬, SK-Ⅱ, 에스티로더 등 수입 브랜드를 제치고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면세점에서 설화수의 위력은 더 대단하다. 중국, 태국, 대만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반드시 구입하는 쇼핑 목록 1순위로 설화수를 꼽고 있어서다. 일부 관광객들이 면세점에서 설화수 물량을 싹쓸이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과 시내 주요 면세점에서 단일품목 구매수량을 1인당 10∼15개로 제한했을 정도다.

해외사업도 순항중이다. 2004년 홍콩에 1호점을 열고 해외사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 9개국에서 8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1년 진출한 중국에선 3년여 만에 46개 매장을 열었다. 태국(9개), 홍콩(9개), 싱가포르(4개), 인도네시아(4개) 등 아시아를 넘어서 미국에서도 4개 매장을 냈다. 모든 매장이 각국 주요도시 최고급 백화점 1층에 입점해 있다.


中·美도 빠졌다…아모레퍼시픽 설화수 1조 매출 눈앞

◇서경배 회장, 뚝심경영…세계 최초 한방화장품 제대로 통했다=설화수 토대는 서 회장의 선친이자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고 서성환 회장이 끈질긴 인삼 성분 연구 끝에 1966년 내놓은 'ABC인삼크림'이다. 1973년엔 인삼 사포닌 성분을 더한 '진생삼미'가, 1987년엔 생약 성분을 더한 '설화'로 진화했다. 지금의 설화수라는 브랜드는 1997년 탄생했다.

설화수를 아모레퍼시픽 대표 브랜드로 키운 것은 선대회장의 의지를 실천한 서 회장의 뚝심이다. 서 회장은 홍보 마케팅 개념조차 모호하던 시절 자사가 발간하던 미용전문지 '향장'에 설화수 샘플 30만 개를 부착해 뿌렸다. '윤조에센스', '자음생크림' 등이 히트를 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제품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서 회장의 판단이 적중한 것이다. 설화수 윤조에센스의 경우 1997년 출시한 지 17년만인 지난해 1월에 국내 단일 제품 최초로 누적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서 회장의 설화수 제품 연구에 쏟는 열정도 남다르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에 설화수만 전담하는 한방화장품연구팀을 따로 운영할 정도다. 경희대 한의대, 강원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등 사외 네트워크를 더하면 500여 명의 연구 인력이 설화수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인삼·피부 관련 수백 건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는 등 한방화장품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