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지고 구겨지고"…넝마주이 패션 '그런지룩'을 아시나요

[스타일사전<14>] 1990년대초 등장한 스타일…마크제이콥스, 비비안웨스트우드 럭셔리 브랜드에도

머니투데이 스타일M 배영윤 기자  |  2015.05.15 14:38  |  조회 34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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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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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고 구겨지고, 여기저기 원단 조각을 덧댄 데가 있는가 하면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 헐렁하다. 설명만 들어서는 '패셔너블'과 거리가 멀어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스타일을 칭하는 '그런지룩(Grunge Look)'은 가장 멋스러운 스트리트룩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네가 거지냐? 왜 찢어진 옷을 입고 다니는지"라며 몇몇 어른들은 혀를 찰지 모르겠지만 1990년대 이후 여전히 '핫한' 패션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럭셔리 브랜드들 역시 '점잖 빼는' 스타일을 대신 '그런지룩'을 차용하고 있다.

◇그런지룩(Grunge Look)

정의=1990년대 초에 등장한 의상 스타일. 중고 의류매장에서 산 듯한 낡아 보이고 크거나 작은 사이즈의 옷을 매치하는 것. '먼지' '때' 등 더러운 것을 의미하는 '그런지(Grunge)'에서 유래됐다. 1980년대 말 미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의 음악과 스타일에서 시작됐다는 해석이 대부분이다.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위), 펄 잼(아래)/사진=오라인 커뮤니티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위), 펄 잼(아래)/사진=오라인 커뮤니티
예시¹=그런지 록(Grunge Rock). 미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들의 음악을 '그런지'라 불렀는데 대표적인 밴드로는 너바나(Nirvana)와 펄 잼(Pearl Jam) 등이 있다. 1980년대 말, 이들의 음악과 더불어 패션 또한 뜨거운 인기를 모았다. 초기에는 비주류 음악으로 치부됐지만 너바나와 펄 잼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며 음악과 패션 모두 '메이저' 무대에 올랐다.

특히 너바나의 리드 싱어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길고 헝클어진 머리카락, 물 빠진 청바지, 헐렁한 체크 셔츠, 낡은 티셔츠 등은 물질 만능주의와 엘리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느끼는 좌절과 염세주의를 반영했다고 평가된다.

마크 제이콥스의 '페리 엘리스' 1993 S/S 컬렉션/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마크 제이콥스의 '페리 엘리스' 1993 S/S 컬렉션/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예시²=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거리의 패션인 그런지룩을 하이패션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미국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평소에도 록 밴드 음악을 즐겨 듣고 그들의 패션에 관심이 높았다. 이에 영감을 받은 마크 제이콥스는 페리 엘리스(Perry Ellis)의 1993년 S/S 컬렉션에서 플란넬 체크 셔츠, 화려한 프린트의 티셔츠, 빅 사이즈 스웨터, 실크 원피스 등을 소개했다. 여기에 컨버스 운동화, 버켄스탁 신발(Birkenstocks), 닥터 마틴(Dr.Martens) 워커 등과 같은 자유분방한 느낌의 아이템을 매치했다. 당시에는 '난장판'이라는 혹평도 많이 받아 상류층 고객으로부터 외면을 받았지만 현대 그런지룩의 대중화와 고급화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비비안 웨스트우드/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예시³=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와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펑크룩의 대모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의상들은 번들거리는 가죽과 고무, 화려한 장식, 포르노그래피가 그려진 티셔츠 등 금기에 반항하고 도전한다. 이러한 디자인 요소들은 그런지룩과 맥락을 같이 한다.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는 전통의 답습에 갇혀 침몰하는 샤넬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구시대적 스타일 대신 그래피티 프린트, 키치한 액세서리, 끝단이 해진 듯한 표현을 적용해 젊은 세대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으며 브랜드에 젊은 이미지를 입혔다.

샤넬 의상을 입을 셀러브리티들/사진=머니투데이 DB
샤넬 의상을 입을 셀러브리티들/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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