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하나가 예술이네"…진화하는 청담동 명품거리

브랜드 입지 따라 진격 또는 후퇴...아시아 시장 허브로 한국 플래그십스토어 투자에도 '총력'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  2015.10.04 12:48  |  조회 19595
지난 1일 오픈한 명품 패션 브랜드 버버리 플래그십스토어의 외관. /사진제공=버버리코리아
지난 1일 오픈한 명품 패션 브랜드 버버리 플래그십스토어의 외관. /사진제공=버버리코리아
'루이비통, 까르띠에, 디올…'. 내로라하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줄지어 들어선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가 진화하고 있다. 거리를 메우고 있던 1세대 명품 브랜드들이 진화한 이미지를 반영해 플래그십스토어(대형 단독매장)를 재정비하는가 하면 젊은 감각의 신생 브랜드들까지 속속 모여들고 있다. 유명 건축가와 예술가와의 협업이 잇따르면서 거리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예술품이 됐다.

◇브랜드 '흥망성쇠' 가늠자…한국 '럭셔리 지형도'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청담사거리 인근 청담동 명품거리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새 식구가 하나가 늘었다. 바로 영국 대표 명품 패션 브랜드 버버리의 플래그십스토어다. 지하 2층 지상 11층 규모의 건물 외관은 버버리 특유의 체크 무늬 문양을 형상화해 누가봐도 '버버리' 그 자체다.

내부는 지금까지 버버리의 이미지와 달리 디지털테크놀러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다. 매장 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국 본사에서 송출하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접할 수 있다. 건물 내에 버버리코리아 본사도 자리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버버리가 국내 최초 플래그십스토어를 건립한 것은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시 한 번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한다. 2000년대 초반 인기몰이를 하던 버버리는 2010년 이후 매출이 계속 감소하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인 25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하나 하나가 예술이네"…진화하는 청담동 명품거리

한국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브랜드들이 승부수를 띄우는 곳도 청담동 명품거리다. 이탈리아 명품 의류 브랜드 '라펠라'는 지난해 라펠라코리아를 설립하고 올해 청담동 명품거리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속옷 브랜드로 알려져있지만 아웃웨어, 액세서리까지 강화해 초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숍으로 진화했다.

브랜드 전략에 따라 건물 입지가 달라지기도 한다. 샤넬코리아는 종전 까르띠에 매장을 700억원에 사들여 개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까르띠에는 옛 에르메네질도 제냐 매장으로 자리를 옮겨 연내 리뉴얼 오픈을 준비 중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입지가 탄탄한 명품들도 시대변화에 따라 진화해온 브랜드 성격에 맞게 리뉴얼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최근에는 실적이 부진한 백화점 유통채널에서 탈피해 단독 매장에 투자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매장인 듯, 예술품인 듯…명품거리는 '거대한 박물관'
유명 건축가나 아티스트에게 플래그십스토어 건립을 맡기는 사례가 늘면서 매장을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다. 라펠라 매장은 '프라다'와 '미우미우'의 매장 디자인을 담당한 유명 건축가 로베르토 바치오키가 설계를 맡았다.

크리스찬디올이 지난 6월 문을 연 세계 최대 규모 플래그십스토어 '하우스 오브 디올'은 미국 뉴욕 'LVMH타워'를 지은 세계적 건축가 크리스티앙 드 포잠박이 설계를 맡았다. 거대한 꽃잎이 우아하게 외벽을 감싸고 있는 듯한 건물 내부에는 크리스탈과 유리 장식으로 꾸며졌고 컨템포러리 예술가들의 작품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지난달 청담동에 오픈한 아크네스튜디오의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사진제공=아크네스튜디오
지난달 청담동에 오픈한 아크네스튜디오의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사진제공=아크네스튜디오
젊고 자유로운 감성을 강조한 매장도 있다. 지난달 문을 연 아크네스튜디오의 플래그십스토어는 컨테이너 박스같은 건물 디자인으로 북유럽 감성을 담은 브랜드 콘셉트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의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면서 예술적인 완성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청담동 명품거리 인근에 인기 연예 기획사와 백화점 등이 인접해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새로운 한류 명소로도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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