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요우커 '쥐락펴락'하는 '준 셀럽'…파워 크리에이터는 누구?

파워블로거·인스타그래머를 잇는 SNS스타…예쁜 외모·경제력에 영상제작능력·재치까지 팔색조 매력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  2016.01.25 03:30  |  조회 14307
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찾은 파워 크리에이터들. /사진제공=한화갤러리아
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찾은 파워 크리에이터들. /사진제공=한화갤러리아
한 손엔 쇼핑백, 한 손엔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동영상을 찍는다. 화장품을 바르며, 혹은 선글라스를 낀 채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카메라 너머에 말을 건다. "안녕? 오늘은 한국 서울에 왔어."

풍성한 컬이 들어간 헤어스타일에 각양각색의 모자까지, 범상치 않은 스타일의 이들은 중국의 '준 연예인', 일명 파워 크리에이터들이다.

최근 중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스타 계보는 파워블로거, 인스타그래머에서 동영상 중심 1인 콘텐츠 창작자인 파워 크리에이터로 넘어오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PC기반의 온라인 이용자들이 빠르게 모바일 이용자로 변신했고 짤막한 동영상으로 제작된 생생한 후기가 각광 받기 시작했다.

파워블로거보다 진일보한 영상미와 재치있는 멘트까지 갖춘 팔색조 매력의 이들은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중국 외동딸들인 '바링허우'(80後) 세대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파워 크리에이터들은 중국판 유투브인 '유쿠', '투도우'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중국의 패션유행을 선도한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만난 중국 파워 크리에이터 4인은 평균 24만명, 최대 108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22일 서울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 63을 찾은 파워 크리에이터들이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리위리엔, 쪼우류어슈에, 쪼우천(카메라 속)/사진제공=한화갤러리아
22일 서울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 63을 찾은 파워 크리에이터들이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리위리엔, 쪼우류어슈에, 쪼우천(카메라 속)/사진제공=한화갤러리아

리위리엔(30)씨는 "날씨가 너무 추운데 원래 이런가요? 한국인들은 다들 날씬해서 부러워요"라는 한국 방문 소감을 밝혔다. 쪼우류어슈에(23)씨는 "한국에 7번째 왔는데 브랜드도 많고 가격이 합리적이어서 쇼핑하기 좋아요. 이제 중국에서는 옷을 사입지 못하겠어요"라고 털어놨다.

파워 크리에이터가 된 비결을 묻자 "예쁜 외모"라는 똑같은 답변과 함께 웃음이 터졌다. 착용한 샤넬 귀고리, 에르메스·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가 흔들리며 반짝였다.

쪼우류어슈에씨는 "덴마크 유학시절 30~40개국을 여행하며 동영상을 찍어 올렸더니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 팔로워가 됐다"며 "많은 이들이 가보지 못한 곳을 소개하고, 여행장소마다 어떤 사진 포즈가 좋은지 옷차림과 메이크업은 뭐가 좋은지 노하우를 공유해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한국은 건조하니까 마스크팩 꼭 챙겨! 아니다. 그냥 거기 가서 사. 더 좋아."

이들은 각자의 주력 분야가 확실했다. 패셔너블한 신세대 엄마를 일컫는 '라마(辣媽)'부터 여행·뷰티 전문가,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 패션 전문가까지 다양했다. 1인 미디어인 이들의 방송을 챙겨보는 열성 구독자는 평균 24만명, 타깃인 여성 바링허우 세대가 약 1억명인 것을 감안하면 적은 숫자지만, '팬덤(fandom)을 바탕으로 확실한 파급력을 보여준다.

한국의 매력을 물었다. 답은 역시 쇼핑. 특히 스킨케어 제품 중 설화수와 후, 숨37도가 인기였다. 쪼우천(30)씨는 "한국과 중국은 피부와 체형이 비슷해 잘 맞는 아이템이 많아서 쇼핑하러 자주 찾는다"며 "특히 스킨케어 제품이 유명하고 최근에는 한국풍 패션이 인기를 끌어 디자이너 편집숍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 패션이 좋아 패션디자인 전공으로 한국에서 석사까지 마쳤다는 유샤샤(29)씨는 "한국 연예인들이 너무 예뻐서 중국에서 한국의 패션과 메이크업 스타일이 유행한다"며 "요새 친구들은 가수 현아(포미닛), 태연(소녀시대), 씨엘(2NE1)을 예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8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국 연예인 메이크업을 다양하게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쌩얼 느낌의 한국식 메이크업이 인기라서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많이 써요."

3살 아이를 둔 리위리엔은 "한 달에 양육비로 2000위안(약 40만원) 정도를 쓰는데 한국에서 분유나 식재료를 사가면 믿을 수 있다"며 "한국 쇼핑몰에는 아이를 위한 편의시설(수유실, 놀이시설)도 잘 돼 있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같이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파워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이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며 유통수익을 나눠 갖는 MCN(멀티채널네트워크) 사업자도 생겼다. 전지운 메이크어스 매니저는 "우리 회사가 관리하는 중국 파워 크리에이터 88명의 구독자가 3100만명"이라며 "파워 크리에이터가 게시물 1건당 최대 500만원까지 받을 정도로 몸값이 올랐지만 타깃 마케팅에 적합해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요우커(중국 관광객)를 유치하려는 한국 회사들의 러브콜도 줄을 잇고 있다. 이날 갤러리아면세점63은 중국 파워 크리에이터를 초청, 일명 골드바로 통하는 '63빌딩'과 면세점 체험기회를 제공했다. 지난해 9월에는 아모레퍼시픽이 이들을 4박5일간 제주도와 서울로 초청했고, CJ오쇼핑은 이들을 발굴하겠다며 지난 14일까지 '쇼핑 크리에이터 오디션'을 진행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이들이 국내면세점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며 "파워 크리에이터들의 동영상 콘텐츠가 중국에서 갤러리아면세점63의 인지도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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