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사양산업이라고?…편견 깬 아모레의 '매출 5兆'

아모레퍼시픽 지난해 매출 20%, 영업이익 38% 증가···中 시장 고속성장으로 사상 최대 실적 올려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  2016.02.03 03:30  |  조회 13758
내수·사양산업이라고?…편견 깬 아모레의 '매출 5兆'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매출 5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면세점 매출 1조원, 단일 브랜드 '설화수' 매출 1조원 돌파 등 굵직한 기록 경신도 잇따랐다. 특히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에서 로레알,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등 세계 톱클래스 기업과의 경쟁을 극복하고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모레의 경쟁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창업 70주년 맞은 아모레, 사상 첫 매출 5조 돌파=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일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5조6612억원, 9136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20.1%, 38.6% 증가했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도 5조원대 매출을 발표했지만 음료, 생활용품 부문이 각각 1조원대 매출을 올린 만큼 화장품 단일 품목으로 기록한 아모레의 실적은 괄목할만하다는 평가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국내 화장품 사업이 18.9% 성장한 매출 3조659억원을 달성했다.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면세점 매출이 1조 원을 넘어 성장을 견인했다.

해외 매출도 44.4% 성장한 1조257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5대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를 앞세워 51.5%나 고속성장했다.

◇'한류 바람'타고 온 中 고객…'아시안뷰티' 기술력에 반해= 업계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이 7500억~8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유커·遊客)의 면세점 구매를 감안하면 아모레 매출 5조 돌파의 '1등 공신'은 단연 '중국인'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이처럼 중국 고객으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한류 인기, 소득증가라는 외부 요인과 함께 화장품 한 우물만 파며 철저히 현지시장을 파고든 경쟁력이 통했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에 진출한 것은 1992년이지만 중국 법인이 첫 흑자를 낸 것은 그로부터 15년이나 지난 2007년이다. 진출 초반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라네즈(2002년), 마몽드(2005년), 설화수(2011년), 이니스프리(2012년), 에뛰드(2013년) 등 '5대 브랜드'를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쳐 내놓았다. 설화수는 중장년층 여성을 타겟으로 한 고가 한방 브랜드로, 이니스프리는 20대 여성을 겨냥한 자연주의 브랜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중국 현지 및 글로벌 화장품 기업과 차별화되는 기술력이야말로 아모레퍼시픽의 저력으로 평가받는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쿠션' 제품처럼 철저한 연구개발을 통해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한방 화장품에서 탁월한 효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특히 '아시아의 미(美)'를 전면에 내걸고 연구개발과 마케팅을 강화한 것은 프랑스, 미국 등 서구의 화장품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다. 아모레는 지난해 중국과 아세안 시장을 겨냥한 '아시안 뷰티 연구소'(Asian beauty Laboratory, ABL)를 만들어 아시아 소비자에 대한 연구를 특화해 진행하고 있다.

설화수의 경우 중국인 여성 1700여명의 체질, 생활습관 등을 한의학에 입각해 분석하고 제품 리뉴얼 출시에 반영했다. 쿠션 제품은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 국가별 특징을 제품에 반영하는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중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지 않고 화북·화동·화서·화남으로 권역을 세분화해 연구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중국 시장 매출 187억위안(약 3조5000억원)을 달성해 현지에서 '톱 3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이 국내에서의 안정적 성장, 중국시장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기대를 상회하는 실적을 냈다"며 "올해도 중국 매출이 40%대 고성장을 이어가며 무난하게 현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