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곳, '병원'을 따뜻한 곳으로 바꾸는 마법

[따끈따끈 이번주 새책] 의사 김정환의 '사람아, 아프지 마라'…따뜻한 진료실에서 퍼지는 온기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  2016.02.06 07:55  |  조회 3517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곳, '병원'을 따뜻한 곳으로 바꾸는 마법
생로병사(生老病死). 인간이 태어나서 반드시 겪어야 하는 네 가지 고통이다. 살아가면서 각자의 시기에 맞춰 이 네 가지 고통은 인간을 지나쳐가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그럴 때 이곳을 찾는다.

한 대학병원의 가정의학과 의사인 김정환은 진료실에서 만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새 책 '사람아, 아프지 마라'에 담았다. 슬픈 이야기 가득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주는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오히려 생로병사의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미소를 담았다.

"할아버지는 왜 이것도 못해?" 할아버지에게 핀잔을 주는 꼬마 소년이 미워 한마디 하려던 찰나, 아이가 휠체어를 가지고 나타난다. 할아버지는 아이의 작은 몸에 기대어 휠체어로 털썩 몸을 옮기고, 아이는 "잘했어, 할아버지!"라고 외치며 환하게 웃는다.

중풍으로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태운 휠체어를 밀고 지나가는 너무나도 어린아이의 모습에, 몰래 지켜보던 의사는 자기도 모르게 불쑥 뛰어나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을 뻔했다고 회고한다.

건강검진을 받은 남성의 보호자로 온 40대 여성이 "결과를 이야기할 때 꼭 술 때문이라는 말을 하라"며 신신당부를 한다. 그러나 결과지를 보니 모든 것이 '정상'. 빨리 술 얘기를 하라는 듯 재촉하는 여성의 눈빛을 보며 의사는 "평소에 술을 많이 드시느냐"고 묻는다. 의사의 질문에 신나서 술 이야기를 하는 아내의 잔소리를 듣던 남성이 고개를 푹 숙인다.

처진 어깨를 보던 의사는 문득 "술은 얼마나 드세요?"라고 묻는다. 이어진 아내의 말. "일주일에 한 번은 빼먹지 않고 꼭 술을 먹어요. 이 양반이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꼭 맥주 한 병을 다 마신다니까요." 맙소사! 의사는 이 글에 '아아, 남자여'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렇게 지은이는 무섭고 딱딱하기만 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병원을 따스한 곳으로 만드는 능력을 지녔다. 자신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흘려버리지 않고 SNS에 기록하기 시작했고, "의사가 이렇게 글을 잘 써도 되느냐"는 소리를 들으며 결국 책까지 내게 됐다.

"의사로 일한 지 15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환자와의 만남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환자를 어려워해 주는 고마운 의사라니. 사람의 생로병사를 돈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의사들이 뉴스를 도배하는 요즘 같은 시절, 이런 의사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사람아, 아프지 마라=김정환 지음. 행성B펴냄. 304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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