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K-뷰티'도 "색조는 어려워"

韓·아시아 컬러 메이크업 시장 '협소'...아모레·LG생건도 색조 브랜드 실적은 '미미'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  2016.02.11 03:03  |  조회 6841
잘 나가는 'K-뷰티'도 "색조는 어려워"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지난해 나란히 5조원대 매출을 거두는 등 'K-뷰티'가 약진하고 있는 가운데 '색조화장품' 브랜드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색조 메이크업 시장 규모가 협소한데다. 글로벌 기업의 시장 선점, 브랜드 전략 상 문제 등으로 본격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일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5조6612억원△913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0.1%, 38.6% 늘었다. '설화수', '헤라', '아이오페', '라네즈' 등 주력 브랜드들이 속해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전년 동기 대비 23% 늘어난 4조7666억원 매출을 올렸고 젊은 층을 대상으로 자연주의 컨셉을 앞세운 '이니스프리'도 매출이 30% 늘어 5921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렇지만 역시 젊은 층을 대상으로한 색조 중심의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하우스' 매출은 8% 줄어든 2578억원, 영업이익은 78% 줄어든 24억원이다. 2013년 매출 3186억원, 영업이익 298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래 2년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브랜드숍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에뛰드하우스 브랜드 노후화, '공주풍 콘셉트'라는 한정된 타깃을 중심으로한 사업 전략 등을 부진 원인으로 삼는다. 강력한 히트작의 부재도 요인이다.

색조전문 브랜드 '에스쁘아'도 시원한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매출은 300억원으로 18% 늘었지만, 영업적자는 지속되고 있다. 에스쁘아는 2008년 론칭한 브랜드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색조 화장 부문에서 글로벌 기업들에 대적할만한 프로페셔널 브랜드로 키워내기 위해 지난해 에뛰드하우스에서 분사됐다. 이후 새로이 브랜드 기틀을 잡아 나가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에뛰드하우스의 경우 10대 중심의 브랜드라는 한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폭넓은 층이 즐길 수 있는 브랜드로 마케팅 방향을 재정립 중"이라며 "에스쁘아도 글로벌 색조 화장품 기업들에 맞서는 프로페셔널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시간을 들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K-뷰티' 시장을 이끌고 있는 LG생활건강도 색조 부문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색조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가 취약한 가운데 2012년 론칭한 브랜드 'VDL'은 지난해 80% 매출이 늘며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지만 절대 볼륨은 크지 않다.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부문의 색조 메이크업 제품 매출을 모두 합해도 20%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VDL 매출 비중은 이보다 현저히 적은 수준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및 아시아 시장 색조 메이크업 시장 자체가 유럽, 미국 시장에 비해 협소했지만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OEM(주문자상표부착상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업체들도 상대적으로 기초 라인에 집중해왔지만 색조부문에 연구개발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최근 색조 메이크업에 대한 아시아 지역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국내 기업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향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색조 화장품 브랜드들의 성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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