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외전'의 독주? 언제까지 강동원 등에 업혀 갈 셈인가

[이현지의 컬티즘<80>] 허술한 내용 전개, 빈약한 캐릭터…인기 배우, 스크린 독과점에 기댄 졸작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6.02.12 08:10  |  조회 13826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영화 '검사외전' 스틸컷/사진제공=(주)쇼박스
영화 '검사외전' 스틸컷/사진제공=(주)쇼박스

*영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기, 누명을 쓴 검사가 있다. 15년 형을 받은 그는 감옥에서 복수를 계획한다. 그 계획을 함께 하는 이는 잘생긴 얼굴과 좋은 머리로 사기를 일삼아 온 '미남 사기꾼'이다. 볼거리와 재미를 모두 갖춘 미남 사기꾼과 복수심에 불타는 검사의 만남은 보기 전부터 기대감을 한껏 고취시키기에 충분했다. 설 연휴 동안 극장가를 독주하고 있는 영화 '검사외전' 말이다.

영화가 아주 재미없었다고 하긴 어렵지만 사실 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 영화가 안타까웠다. 가장 큰 것은 영화의 짜임새가 허술해도 너무 허술하다는 것이다. 먼저 변재욱 검사(황정민 분)가 감옥에 가게 되는 과정 자체가 조금은 억지스럽다. 그리고 감옥에 가서 법 전문가로서 동료 죄수들의 형량을 줄여주거나 간부들의 법적인 자문을 통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과정도 영화 '쇼생크 탈출'의 변주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복수를 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변재욱 검사가 이 복수를 위해 주무기인 한치원(강동원 분)을 훈련시키는 것이라곤 사인 따라하는 것밖에는 없다. 한치원이 감옥 밖으로 나간 뒤에도 마찬가지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조마조마한 순간을 거쳐 통쾌한 복수극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당시 거짓 증언을 했던 사람들을 찾아가 진술을 녹음하는 정도로 끝난다. 복수심에 불타는 검사가 5년간 고민해서 천재 사기꾼과 함께 펼친다는 복수극이 고작 거짓 증언한 사람을 찾아가는 일 밖에 없는 것인가.

영화 '검사외전' 스틸컷/사진제공=(주)쇼박스
영화 '검사외전' 스틸컷/사진제공=(주)쇼박스
애초에 이 영화는 작품보다는 배우에게 의존하는 바가 큰 영화다. 배우들이 이야기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배우들에게 맞춰가는 일종의 '기획영화(영화의 주제, 스타, 마케팅 가능성을 결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배우의 연기와 서로간의 호흡은 내용의 미흡함을 덮을 수 있을만큼 유려해야 한다.

하지만 영화 속의 황정민과 강동원은 검사도, 사기꾼도 아니었다. 일단 황정민이 명문대를 나온 검사라는 것에 몰입하기가 힘들다. 영화 '베테랑'의 형사와 전혀 다른 점이 없기 때문이다. 강동원은 더욱 난감하다. 사기꾼은 작은 에피소드 하나로도 쉽게 표현해 낼 수 있는 캐릭터 강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영어 발음과 걷어 입은 죄수복 외에는 전혀 사기꾼다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간의 '케미(미디어 속 주인공이 잘 어울리는 것을 상징하는 신조어)'도 부족하다. 일단 둘이 힘을 합치게 되는 부분의 긴밀성이 떨어진다. 한치원을 감옥에서 빨리 나가게 도와주는 것만으로는 이들의 관계가 돈독해지기엔 부족하다. 감옥 밖으로 나왔을 때 그가 감옥 안에 있는 변재욱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변재욱의 수하들이 그를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사기꾼이 그런 협박 정도에 넘어가 그의 말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영화 '검사외전' 스틸컷/사진제공=(주)쇼박스
영화 '검사외전' 스틸컷/사진제공=(주)쇼박스
이를 비롯해 여기서 다 언급하지 못한 수많은 허점들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개봉 6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한 비결은 결국 황정민,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힘과 설 황금연휴 특수, 그리고 전체 상영관 중 70% 차지하는 스크린 독과점의 영향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얼마 전에 영화 '쿵푸팬더 3'의 홍보차 내한했던 배우 잭 블랙은 한국의 영화 시장이 세계 3위 안에 드는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에서 한국 영화시장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수요가 높아진 만큼 국내 관객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일 년이 멀다하고 천만 영화가 탄생하는 시점에서, 언제까지 한국 영화는 작품성이 아닌 배우의 이름값과 스크린 독과점에만 기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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