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수 섯거라"…유커 줄세운 '후' 매출 1조 찍을까

2년새 4배 성장 지난해 8000억 매출 돌파…中 백화점 매장 확장전략 주효, 설화수보다 매장 많아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6.03.07 03:05  |  조회 15151
"설화수 섯거라"…유커 줄세운 '후' 매출 1조 찍을까

LG생활건강의 한방 화장품 '후'가 'K뷰티' 특수를 톡톡히 누리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매출이 2년새 4배 증가하는 대약진을 하면서 지난해 80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1조 달성 도전에 나선다.

최근 2년과 같은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K뷰티' 대표제품이자 한방화장품 1위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를 제치는 건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 국내 면세점에서는 후의 매출이 설화수를 앞질렀다. 중국 내 매장수도 후가 설화수보다 50여개 더 많다.

◇매출 2배 성장 '퀀텀점프' …올해 1조 매출 도전=LG생활건강이 후를 론칭한 것은 지난 2003년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 숙명의 라이벌인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1997년 론칭)를 잡기 위해 수년간 연구를 거쳐 프리미엄 한방화장품을 내놨다. '궁중 왕실에서 쓰던 처방과 비법을 담았다'는 콘셉트로 차별화 전략을 폈지만 성장세는 더디기만 했다. 브랜드를 론칭한 지 10년만인 2013년에야 매출액 2000억원을 가까스로 넘어섰다.

하지만 2014년부터 무서운 질주가 시작됐다. 2013년 2037억원이던 매출은 2014년 4310억원으로 111.5%, 지난해 8081억원으로 87.5% 각각 성장했다. 2년만에 매출 규모가 4배 커진 셈이다. 지난해 LG생활건강 전체 매출(5조3284억원)의 15%가 후에서 나왔다.

올해는 30%만 성장해도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선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설화수에 이어 단일 브랜드 기준 2번째로 1조 신화를 쓰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설화수가 선두를 지켰지만 후의 성장 속도가 워낙 빨라 올해부터는 순위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지난 2012년 6000억원 이상 격차가 벌어졌던 설화수와 후의 매출은 3년새 2000억원까지 좁혀졌다.

반면 설화수의 성장 속도는 더딘 편이다. 설화수는 론칭한 지 10년여만인 2008년 매출 50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1조원을 돌파하기까지는 7년이 더 걸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3~4년전까지 유독 설화수에만 집중됐던 중국인 고객들이 1~2년새 후로 많이 분산됐다"며 "최근엔 후의 성장세가 확연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中 매장수, 설화수보다 많아…"후 사자" 줄서는 유커들=
후의 매출이 수직 상승한 것은 중국 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이 제대로 먹혔기 때문이다. LG생할건강은 중국 내 최고급 백화점에 지속적으로 후 매장을 확대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펴왔다. 2012년 47개였던 중국 내 후 백화점 매장은 2013년 62개, 2014년 89개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124개로 전년보다 35개나 더 늘렸다. 설화수의 중국 매장수는 73개다.

중국 내 상위 5% 부유층 고객들을 타깃으로 뷰티클래스, 메이크업 행사 등 다양한 VIP 마케팅을 펼친 것도 효과가 컸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 부유층들이 한국에 출장이나 여행을 다녀올 때 반드시 사와야 하는 제품으로 후를 꼽는다"며 "펑리위안 여사, 안젤라 베이비 등 유명인들이 후를 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객들의 유입이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10만원대부터 170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 세트제품을 선보인 것도 매출을 견인했다. 30만원대 세트제품은 한달에 4만개, 최고가 제품인 170만원짜리 제품은 한달에 500~600개 판매되고 있다. 면세점 매출은 이미 설화수를 제쳤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소공점.잠실점, 신라면세점 서울점 등 주요 시내면세점에서 후가 매출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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