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연예인 복귀, '더 나쁜 놈'과 '덜 나쁜 놈' 가르는 기준은?

[이현지의 컬티즘<90>] 대중은 그저 한 덩어리의 집단적 존재가 아니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6.04.28 10:01  |  조회 13950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뮤지컬 '모차르트!' 측은 지난 21일 가수 이수의 하차를 결정했다. 지난해 '나는 가수다3'에서 촬영분이 통편집되며 하차 통보를 받은 이후 두 번째로 대중 앞에 설 기회가 사라졌다. 200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후 방송에는 얼굴을 내밀지 못했지만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 오던 그다. 하지만 대중은 아직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방송된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는 탁재훈이 약 2년반 만에 방송에 출연했다. 불법 도박 사건으로 지난 2013년 방송 출연 정지를 당했던 그는 웹예능 '음악의 신2'를 시작으로 채널A '오늘부터 대학생'에 고정 출연을 확정하는 등 예능 컴백에 시동을 걸었다. 갑론을박은 있지만, 일단 탁재훈의 방송 복귀에 대한 반응은 그리 혹독하지 않았다.

음주운전부터 성범죄까지 수많은 이유로 연예인들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복귀를 시도한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늘 엇갈린다. 10년째 자숙 중인 가수 김상혁과 1년을 넘기지 않고 복귀한 노홍철 길을 대하는 대중의 온도는 다르다. 어떤 연예인들은 과거의 잘못을 개그 소재로 삼으며 시청자들과 함께 웃고, 어떤 연예인들은 대중과 끝까지 부정적인 대립의 각을 세운다. 대체 '더 나쁜 놈'과 '덜 나쁜 놈'을 가르는 기준은 뭘까.

일반적으로 병역이나 성 범죄의 경우에 복귀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음주운전에는 상대적으로 대중들이 관대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일리는 있다. 군 입대를 피하려다 입국금지가 된 가수 유승준이나 병역비리에 휩싸인 엠씨몽, 여중생 강제 추행 혐의를 받은 고영욱과 200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를 받은 가수 이수는 아직도 대중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이 죄목에 따라 좌우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일차원적이다. 근저에는 '괘씸죄'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승준 사건을 보자. 90년대 인기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중 병역 비리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유승준만이 유독 입국거부를 당할 만큼 뭇매를 맞은 이유는 반듯하고 성실한 이미지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던 그가 다른 이유도 아닌 미국 시민권을 이유로 병역을 기피했다는 점이 대한민국 국민임을 거부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머니투데이 DB
엠씨몽도 마찬가지다. 엠씨몽의 병역 기피 의혹에 대해 일부 무죄판결이 내려졌음에도 대중의 반응이 회복되지 않은 것은 죄 유무가 문제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차라리 그가 고의로 생니를 발치한 것은 아니지만 군 입대를 연기하려고 했던 것은 사실임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군대를 가겠다고 일찍 말했다면 어땠을까.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군 복무를 하면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한 가수 싸이처럼 말이다.

성 범죄는 물론 죄질 자체가 나쁘다. 특히 미성년자가 걸려있다면 더 그렇다. 여중생 강제추행 혐의로 연예인 최초 전자발찌를 차게 된 고영욱이 방송에 복귀하게기는 아마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수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수가 이번에 대중의 거센 비난을 받으며 공연계에도 발을 들여놓지 못한 것은 스스로 최근 한 인터뷰에서도 말했듯이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야"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는 등 그간 대중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 더 크다.

논란 연예인 복귀, '더 나쁜 놈'과 '덜 나쁜 놈' 가르는 기준은?
결국 기존에 보여준 이미지와 정반대의 행동을 함으로써 배신감을 안겨준다든지, 잘못을 바로 인정하지 않고 숨는다든지, 같은 실수를 여러 번 반복한다든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행위는 '괘씸죄' 주요인이 되어 대중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없게 만든다.

대중은 그저 한 덩어리의 집단적 존재가 아니다. 각각은 개별적인 인격체로써 연예인과 가상적인 관계를 맺는다. 연인이나 친구 사이에서도 실망이나 배신감을 안겨주는 행동을 했을 때, 그 다음 대처가 더 중요하다. 한 번의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잘못했으면 바로 인정하고 투명하게 고백하고 진실된 사과를 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도 적절한 타이밍에 말이다. 관계를 맺었던 사람에게 가져야 할 기본적 예의, 대중들이 진짜 원하는 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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