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 디자이너' 황재근 눈물 글썽…"어머니 조의금으로 유학생활"

"카메라 클로즈업했을 때 복면 허접한 것 견딜수 없어" 가면 자부심도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  2016.06.26 10:32  |  조회 62897
패션디자이너 황재근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패션디자이너 황재근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가면 디자이너' 황재근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26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선 '복면가왕'의 가면 제작자이자 의상 디자이너 황재근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복면가왕'은 출연자에 대한 보안이 철저한 것으로 잘 알려진 방송인 만큼 가면을 제작하는 황재근도 비밀 유지를 위해 발로 뛰었다. 카메라 앞에서 실수로 출연자의 이름을 언급한 조수를 혼내며 주의를 당부하는가 하면 가면 하나를 만들때도 대충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카메라가 (가면을)클로즈업 들어가도 시청자들이 '역시 허투루 만든 게 아니야'라고 했을 때를 위해 열심히 한다"며 "클로즈업 했을 때 허접하게 보이는 게 견딜 수 없다. 내 이름으로 나가는 건 그렇게 되면 안 된다"는 철칙을 밝혔다.

'복면가왕' 녹화 당일 방송국을 찾은 황재근은 '사람이 좋다' 카메라마저 경계하며 출연자를 찍지 못하게 했고 김구라에게도 "난 아무것도 모르겠네"라며 철벽 방어했다.

마지막 무대를 마친 '음악대장' 하현우를 찾아가 가면을 선물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면 디자이너로서 성공하기 전 황재근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명문 디자인 스쿨을 졸업하고도 사업 실패 후 빚 독촉에 시달려온 것. 처음 '복면가왕'의 가면 제작을 의뢰를 받았을 땐 재료값을 아끼려고 동내문 샘플 원단 조각을 이어붙여야 할 정도였다.

앞서 유학 생활에선 돈이 없어 감자만 먹으며 견뎠고, 어머니의 병환 소식을 듣고도 비행기표를 살 돈이 모자라 장례를 놓친 것이 한이됐다. 황재근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했지만 무사히 유학을 마칠 수 있었던 것도 어머니 덕분이었다. 황재근은 "형이 엄마 조의금으로 온 거니까 이거 들고 다시 학교 가서 공부하라고 하더라"라며 "난 학교 안 가도 된다고 했는데 큰 누나가 '엄마가 너 공부하는 거 끝까지 할 수 있도록 했었다'고 하더라. 졸업쇼 끝나니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황재근은 이제 7평짜리 원룸에서 탈출해 집을 마련했고 조카들에게 용돈을 줄 만큼 성공했다. 더욱이 홈쇼핑 무대에서 가면 디자이너가 아닌 본업 의상 디자이너로서도 활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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