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덤비는 남편…결혼 7개월만에 권태기에 빠진 부인

Style M  |  2015.08.07 03:08  |  조회 1199

[김정훈의 별의별 야식-18] 오이고추와 꽈리고추 - 결혼이 뭐길래③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누구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을 것 같은 날, 마음껏 연애상담을 할 수 있는 편안한 술집이 있다면 어떨까? 공허한 마음과 몸을 채워 줄 요리, 만족스런 연애와 사랑을 위해 먹으면 좋은 음식은 뭐지? 남녀가 섹스 전과 후에 먹는 음식은? 이 모든 궁금증이 해결 되는 곳이 있다. 아무에게도 털어 놓지 못했던 은밀한 연애 이야기로 만들어진 맛있는 메뉴가 매주 채워지는 곳. 김정훈 연애칼럼니스트가 이 시대의 편식남·편식녀들에게 추천하는 힐링푸드, 별의별 야(한)식(탁)!


/사진=JeepersMedia in Flickr


"정말로 남편이랑 하기 싫어요.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거든요."
"진짜요? 남편 분께 얘기는 해봤어요?"
"당연히 안했죠. 그가 자존심 상해할 것 같기도 하고. 밝히는 여자처럼 보이는 건 싫어서요."
"에이, 부부잖아요."
"소이씨도 결혼 해 보면 알 거예요. 가족이라서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걸."

여자 혼자 가게를 찾는 건 오랜만이었다. 그녀는 무려 5년간의 연애동안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던 권태기를 결혼 7개월 만에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그 권태기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남편과의 섹스 같다고 말했다. 주제가 주제니 만큼 나보단 소이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 같았기에 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줬다.


처음에는 내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던 그녀가 술이 조금 들어가자 완전히 속내를 털어 놓기 시작한 것 이다. 오르가즘에 대한 환상은 이미 포기해버린 지 오래라는 그녀에게, 그래도 그것을 벌써부터 포기하지 말고 조금씩 맞춰 나가면 되지 않겠냐고 말해줬다. 그녀는 평생 느끼지 못해도 좋으니 제발 남편이 밤마다 덤비지만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화를 내곤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슬퍼보였다. '가족이랑은 하는 거 아냐!'라는 말을 심심찮게 내뱉는, 그래서 아주 당연하게 외도를 일삼는 남자와 사는 것 보단 다행일 거라 생각했던 게 미안해졌다.


영화 'S러버' 스틸컷/사진=싸이더스 픽쳐스


"남자는 절대 몰라요! 여자가 얼마나 많이, 또 자주 연기를 하는지."
"너무 이기적이라니까! 본인들만 사정하면 행복한 섹스인 줄 알아."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여자들 몸매는 얼마나 또 찾는지!"


옆 테이블에 있던 20대 여자 세 명도 대화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에 대한 불만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그녀들은 저마다 경험한 멍청한 남자들과의 섹스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대화는 결국 대한민국에서 여자가 행복한 성생활을 하는 법에 대한 토론까지 이어졌다. 그 내용은 꽤 흥미진진했다. 남자들이 참관이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여자들이 섹스 시 흥분한 척 연기를 한다는 것, 마음은 그를 받아들이고 싶지만 몸은 그렇지 않은 상태에 대해 남자들은 절대로 모른다는 것, 오르가즘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있는 여자는 많아봤자 20% 남짓일 거라는 말은 확실히 나만 듣고 있긴 아까운 이야기였다. 그래서 이런 대화를 남자친구와, 혹은 동성 친구들과 허심탄회하게 할 기회가 많은지 그녀들에게 물어봤다. 처음 상담을 요청했던 그 유부녀 손님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세 명 중 단발머리가 눈에 띄는 여자가 좀 더 상세히 대답을 해줬다. 어젯밤을 보낸 남자가 너무 빨리 사정을 해서 맥이 빠졌다던 여자였다.

영화 'S러버' 스틸컷/사진=싸이더스 픽쳐스


"친한 친구들끼리 할 때가 있긴 하죠. 하지만 엄청나게 친하지 않은 이상 이런 이야기하기 쉽지 않아요. 한 명이 총대 메고 자기 자신을 내려놓은 채 포문을 열어줘야 너도나도 이야길 시작하죠. 요즘 달라졌다곤 해도 아직까지 한국에선 섹스를 즐기는 여자, 성욕에 대해 능동적으로 표현하는 여자가 되는 게 쉽지 않거든요. 심지어 여자들끼리도 그런다는 게 참."


그러니 남자들에게 제대로 표현하는 건 얼마나 눈치가 보이겠냐는 그녀의 말에 너도나도 동의를 했다. 모두가 깨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머뭇거리게 되는 그 유리벽의 파쇄와 대한민국 여성의 능동적이고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 건배를 했다. 한바탕 수다를 떤 덕분에 예의 그 유부녀 손님의 기분도 조금 풀리는 것 같았지만, 대화가 종국에 치달을수록 그녀의 얼굴엔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지금까지 나눴던 대화는 그녀가 직면한 스트레스를 해결해 주긴 커녕, 그녀의 스트레스가 어쩔 수 없음을 강화시키는 것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옆의 20대 동생들에게 속궁합이 이렇게나 중요한 건지 몰랐다며 꼭 맞춰보고 결혼을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리고 본인이 처한 난국을 앞으로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지 남자인 내 의견을 청했다. 소이를 포함한 모든 여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뻔한 얘기지만, 정답은 대화죠. 호불호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하고 맞춰 나가는 것 말곤 답이 없어요. 예전에 그런 손님이 있었어요. 파트너인 남자 물건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실망감만 쌓인다는 거예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남자도 여자에게 불만이 있었을지 몰라요. 딱 들어맞는 기분이 부족했을 거니까요. 그 상태에서 서로 대화를 안하면 불만만 쌓이겠죠?" 말이 끝나자마자 어젯밤 파트너에게 불만이 있다던 그 단발머리 여자가 휴대폰을 꺼냈다. 남자에게 물어봐야겠다며 호들갑을 떠는 그녀를 친구들이 말리는 모습을 보며 말을 이었다.


영화 '친구와 연인사이' 스틸컷/사진=CJ 엔터테인먼트


"섹스만을 위해 만난 게 아니라 감정적인 교감도 하는 사이라면 섹스 문제로 서로가 서로를 쉽게 포기해선 안 되겠죠. 그렇다고 섹스의 즐거움을 포기하라는 게 아니에요. 여러 가지 자세를 시도한다든지 해서 최대한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게 맞겠죠. 그런 노력의 기본은 대화일 거고요. 침실 밖의 세계야 다른 눈치들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고 해도 둘 만의 공간인 침실에선 얼마든지 적나라하게 속내를 드러내도 돼요. 그게 섹스의 즐거움이구요."


사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를 잘 모른다. 여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모른다. 여자의 몸과 자극에 대해 궁금하긴 하지만 그 가르침을 받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가끔 잘 아는 남자들이 나타나기도 할 거다. 그건 욕망을 잘 드러낼 줄 아는 여자들을 만나 교육을 잘 받은 남자다. 일일이 남자의 과거를 캐물어 능숙함을 점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의 섹스타입에 불만이 있을 경우엔 당신이 좀 더 능동적으로 그를 교육시키면 그만이다. 철저히 당신의 시종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 본 뒤에 낙제시켜도 늦진 않다.


"아, 이런 이야기를 한 여자 손님이 있었어요. 오이고추같은 남자가 있고 꽈리고추같은 남자가 있다고. 큼지막하니 아삭아삭 맛좋은 오이고추랑, 작고 말라비틀어진 꽈리고추랑. 그런데 꽈리고추가 맛이 없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먹어도 맛있는 오이고추를 갖고 있지 않다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꽈리고추를 요리하면 되지 않을까요? 기왕 산 거 아깝잖아요. 볶아도 좋고 된장에 절여도 좋고. 아, 뜨거운 기름에 살짝 튀기면 식감이나 크기도 더 좋아질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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