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의 '탁류'와 함께 바라본 군산의 명소

Style M  |  2016.01.18 10:01  |  조회 935

[김은혜의 노닐다-5] '탁류'의 고장 군산, 채만식 문학관과 금강하구둑을 가다


익숙했던 것들에서 낯선 무언가를 보거나, 낯선 곳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하기 위해 이곳저곳 방방곡곡을 노닐다.



군산의 인기가 높아졌다. 과거를 그대로 간직한 듯 한 일본식 건물, 이름부터 정감 가는 8월의 크리스마스 배경지 초원사진관, 단팥빵과 야채빵이 유명하다는 한 빵집까지 흥미로운 장소가 넘쳐나는 지역이 바로 전라북도의 군산이다.

이 명소들을 한데 이어 엮은 길을 '탁류길'이라고 지칭한다는데, 어쩐지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있는 느낌이 든다. 탁류의 주인공, 소설가 채만식과 그가 쓴 소설 '탁류'다.

군산세관/사진=김은혜 칼럼니스트

전북 군산을 대표하는 두 명의 문인이 있다. 소설가 채만식과 시인 고은이다. 이들은 모두 군산에서 태어나 한국 문학에 한 획을 그었다. 그중에서도 채만식은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0년대의 사회상을 소설에 녹여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소설이 곧 군산의 과거이며 우리나라의 산 역사인 것이다.

당시 군산은 항구도시이면서 주변의 넓은 평야를 가지고 있어 수확한 대량의 쌀을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보내는 역할을 했다. '탁류'에 나오는 '미두장'은 이 과정에서 나온 일제강점기의 흔적이다. 실제로 군산시내에 있는 근대 건축관에는 탁류의 배경을 토대로 군산의 이러한 역사를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소설의 이름인 '탁류'에서도 당대의 어지러운 세태를 짐작케 하는데, 소설의 첫 문장에서부터 채만식은 군산을 돌아 흐르는 금강에 대해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금강(錦江)...
이 강은 지도를 펴놓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물줄기가 중동께서 남북으로 납작하니 째져가지고는(한강이나 영산강도 그렇지만) 그것이 아주 재미있게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비행기라도 타고 강줄기를 따라가면서 내려다보면 또한 그럼직할 것이다.

- '탁류' 중에서

위의 문장과 아주 잘 어울리는 장소가 군산에 남아있다. 바로 채만식 문학관이다. 각종 관광명소가 즐비한 시내를 조금 벗어나야 갈 수 있는 곳이다. 건물의 규모에 비해 방문객의 수가 현저히 적다. 다른 지역 문학관에 비해서도 시설이 세련되게 갖춰진 편은 아니다. 그러나 문학관이 있는 위치만은 여느 문학관보다 더 깊게 그의 문학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채만식 문학관은 2001년 그의 소설 탁류에 묘사된 금강의 강변에 지어졌다.

채만식 문학관/사진=김은혜 칼럼니스트

문학관에서 그의 인생과 문학작품을 보고 밖으로 나오면 저 멀리 금강 하구둑과 철새들이 눈에 들어온다. 고요한 강가에 서서 새들의 움직임과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자면 저 멀리 기차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그리고는 잠시 후 하구둑 위로 장항선 기차가 유유히 지나간다. 문학관에서 그의 인생과 문학작품을 보고 밖으로 나오면 저 멀리 금강 하구둑과 철새들이 눈에 들어온다. 고요한 강가에 서서 새들의 움직임과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자면 저 멀리 기차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그리고는 잠시 후 하구둑 위로 장항선 기차가 유유히 지나간다.

금강하구둑/사진=김은혜 칼럼니스트

물은 탁하다. 예서부터 옳게 금강이다.

향은 서서남으로 빗밋이 충청 전라 양도의 접경을 골타고 흐른다. 이로부터서 물은 조수까지 섭슬려 흐리나 그득하니 벅차고, 강 너비가 훨씬 퍼진 게 제법 양양하다....이렇게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시가지)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 '탁류' 중에서

금강/사진=김은혜 칼럼니스트

흘러가는 기차위의 하늘을 배경으로 '탁류'의 문장들이 스쳐 올라간다. 소설은 금강줄기를 묘사하면서 자연스레 군산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온다. 흘러가는 기차위의 하늘을 배경으로 '탁류'의 문장들이 스쳐 올라간다. 소설은 금강줄기를 묘사하면서 자연스레 군산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온다.

관광객들로 붐볐던 시내를 벗어나 채만식의 '탁류'와 함께 금강을 바라보니 되레 군산이라는 고장의 역사와 한이 더욱 마음 깊이 들어옴을 느낀다. 소설가 채만식이 금강을 '눈물의 강'이라 말한 것처럼 우리의 아픈 역사가 아직까지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군산에서 앞으로는 더 이상의 탁류는 없길, 더 맑아질 앞날을 조용히 기대해본다.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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