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남자와 다른 점, 보는 것만으로 흥분하지 않는다

[이현지의 컬티즘⑥]박칼린의 '미스터쇼' 솔직 후기…여자의 욕망에는 상호 작용이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4.07.07 10:02  |  조회 76041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미스터쇼' 포스터
/사진='미스터쇼' 포스터

박칼린의 '미스터쇼'를 보려고 결심한 건 순전히 매튜 본 때문이었다. 3~4년 전 내한했던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보며 남성 백조들의 모습에 열광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여성들에게 욕망을 깨우라는 이번 쇼에서도 그런 카타르시스가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들었다. 물론, '남자관객의 경우 여자와 함께라도 절대 입장 불가'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크지 않은 극장인 데다 앞에서 다섯 번째 자리라 무대가 잘 보였다. 그래서일까. 평균신장 185cm 이상의 완벽한 몸매를 가진 8명의 '미스터'가 등장할 때는 꽤 압도적이었다. MC는 미스터들을 한 명씩 소개하면서 그들 중 이상형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누나들을 위해 꽃웃음을 날리는 미소년 스타일부터 향수 광고에 나올 것 같은 섹시한 모델 이미지의 미스터도 있다. 마치 그 옛날 아이돌 멤버 중 하나를 고르듯 한 명을 골라본다.

하지만 이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부터 환상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몸 동작은 어설프고, 표정은 시종일관 똑같아서 로봇같은 느낌마저 든다. 은밀하게 훔쳐보는 느낌이 들게 한다는 핍쇼(peep-show) 역시 마찬가지다. 잘생긴 남자가 성행위를 묘사하는 섹시한 춤사위를 벌이는데, 이게 참 애매하다. 개인실에 앉아 보는 형태인 미국 유흥가의 핍쇼와 달리 너무 오픈된 장소라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환호하는 여성들의 경우, 욕망이 끓어올라서라기보다는 축구 선수들의 경기를 응원하는 것과 같은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저 사람도 민망하겠지" 혹은 "힘내라"는 의도다.

여자가 남자의 몸을 보는 것만으로 욕망이 불타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날씨 좋은 날 한강 공원에만 가도 벗고 농구하는 몸 좋은 남자들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물론 멋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 뿐이다. 후두엽으로 이어지는 짜릿한 감동은 없다. 자,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여자가 욕망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상호작용과 스토리는 필수 조건

/사진='미스터쇼' 공식 홈페이지
/사진='미스터쇼' 공식 홈페이지
공연 중 처음 진심어린 탄성이 터져 나오는 순간은 미스터가 세 명의 여성 관객을 무대로 끌어올려 랩댄스를 출 때다. 나와 너처럼 그저 공연을 보러 온 평범한 여성을 미스터가 번쩍 들어 의자에 앉히는 순간부터 관객들은 몰입하기 시작한다. 랩댄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처음 남녀가 한 무대에 등장한 순간이다.

여자의 욕망에는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여기서 남성과 여성의 욕망에 대한 중요한 차이점이 보인다. 여성들이 보기에 남자 혼자서 뭔가를 하는 것은 참 의미 없고 재미없다. 남자들을 위한 포르노에는 배우가 1명만 있어도 되지만, 여자들을 위한 포르노에는 배우가 반드시 2명이어야 하다고 하지 않은가. 여자 아이돌의 뮤직 비디오에는 남자 주인공이 잘 등장하지 않지만, 남자 아이돌 뮤직 비디오에는 꼭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 역시 같은 이치다.

한 명의 여성 관객을 무대로 올려 교생 선생님 역할을 하게 한 부분은 상호작용에 적절한 스토리가 더해지며 더 큰 호응을 이끌어낸다. 공연 시작 전 MC는 "이 공연은 뮤지컬이 아니라 쇼입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쇼라고 반드시 스토리를 포함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모든 쇼는 스토리를 가질 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상호작용과 스토리가 공연 중 한 두 번에 그치는 것이 아쉬운 이유다.

/사진='미스터쇼' 공식 홈페이지
/사진='미스터쇼' 공식 홈페이지
한국, 일본 여성들의 독특한 기호라는 게이 코드를 살짝 녹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공연을 보러 오는 20~30대 여성관객들은 아마도 한번쯤은 아이돌 팬픽(팬(Fan)과 픽션(fiction, 소설)의 합성어로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이나 유명작품을 주인공으로 한 2차 창작물)에 빠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청바지 입고 일렬로 서서 옆 사람의 엉덩이에 손을 대는 장면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봤다면 조금 고려해볼 만한 스토리일 것이다. 한국적인 멋을 보여준다며 고쟁이를 두르고 나와서 칼을 휘두르는 장면보다는 훨씬 호응이 좋을 것이다. 물론 너무 심한 게이코드는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관객들은 '여성들을 위한 쇼'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찾는다. 쇼 자체의 완성도는 살짝 아쉽다. 물론, 잘생긴 남자의 멋진 몸을 보는 것이 싫을 이유는 없다. 이 공연의 '미스터'가 아닌 '쇼'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MC의 찰진 입담도 재미를 더한다. 부담스러울수 있는 남성 스트립쇼를 건강하고 귀엽게 표현한 것도 신선하다. 하지만 최대 소비층인 여성들의 마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조금 더 세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한마디로, 할 거면 제대로 해달라는 얘기다.

여자가 남자와 다른 점, 보는 것만으로 흥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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