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는 일상, 무기력, 번아웃 증후군의 굴레

[이현지의 컬티즘⑦]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통해 본 직장인의 삶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4.07.14 09:57  |  조회 5261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전화기가 울린다. 나는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까지 모두 알고 있다. 능수능란하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는다. 심지어 통화 도중 다른 일을 병행하기도 한다. 직장 4년차. 이제 민원 전화 정도는 눈감고도 받는다. 더 이상 땀을 흘리며 난처해하거나, 상처를 받거나, 화장실에서 조용히 울다 나오지 않는다. 같은 일을 반복하다보면 요령이 생기는 법이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주인공 빌 케이지(톰 크루즈)도 마찬가지다. 자살 작전이나 다름없는 전쟁터에 훈련이나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배정된 뒤 죽음을 당하는 하루를 반복한다. 종이에 베이는 것조차 끔찍해서 공보관이 됐다는 그에게는 너무도 두렵고 지옥 같은 경험이다. 하지만 어느새 상황에 조금씩 익숙해진다. 잠금 장치를 해제하는 방법도 몰랐던 엑소 수트를 입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동료를 구해내기까지 한다.

빌 케이지와 내 일상의 공통점은 같은 시간의 반복이다. 그리고 반복은 어떤 의미에서 지옥이다. 무간지옥이 가장 무서운 지옥인 이유는 고통에 간극이 없어서, 다시 말해 반복적이라서다. 불구덩이에 빠져 살갗이 모두 타 없어지면 꺼내어 진 다음 '다시' 던져지는 것. 온갖 쓰레기를 먹고 '다시' 먹어야 하는 것. 이런 의미 없는 반복에 대한 두려움이다. 극중 먼저 타임루프를 겪은 여주인공 리타(에밀리 블런트)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300번 이상 봤다고 말하는 장면이 비극적인 이유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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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직장인들 역시 업무시간에 이러한 반복을 경험한다. 이 반복은 무감각을 수반해서, 때로는 내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채 기계처럼 일한다. 그리고 그 끝에 심한 무기력증에 빠져버리는 번 아웃 증후군이 나타난다. 직장인 85%가 경험한다는 번 아웃 증후군은 업무에 지나치게 집중을 하다가 어느 순간 불타버린 연료처럼 무기력해지는 증상이다.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이런 증상을 느껴봤을 것이다. 이러한 반복의 굴레를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영화 속 빌 케이지는 반복되는 시간 중에 끊임없이 변화를 만들어낸다. 목표가 있어서다. 처음에는 눈앞에서 죽어가는 동료를 살리려는 목표, 그리고 나중에는 이 모든 전쟁의 원인인 미믹의 알파를 없애버리겠다는 목표. 이 목표는 빌의 하루를 반복의 지옥이 아닌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한 연습의 시간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노력들은 반복되는 하루의 미묘한 변주들을 만들어낸다. 마치 "1보 후퇴, 2보 전진"처럼 천천히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10년 후의 목표뿐만 아니라 오늘 하루를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 작은 목표를 만들면 어떨까. 예를 들어, 민원인의 전화를 받는다면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사람과 효과적으로 대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어차피 인생의 러닝타임은 길다. 영화 끝날 때쯤 모든 일이 해결되고, 자고 일어나니 반복이 끝나있는 상황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일상을 다르게 만들려는 능동적인 노력 속에, 어느 순간 굴레에서 벗어나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하루를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타임루프의 굴레를 벗어난 빌이 리타를 다시 만난 순간처럼 말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무기력, 번아웃 증후군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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