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별 휴가 유형, 당신의 여름휴가는 안녕하십니까?

[이현지의 컬티즘⑩] 위기에 처한 이대리의 직장생활탐구 3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4.08.04 10:50  |  조회 3753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위기다. 직장생활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상사의 눈치만 보면 됐는데, 이제 상사와 후배 사이에 끼여 옆구리가 터질 지경이다. 후배는 하나부터 열까지 질문 해대고, 걸핏하면 상사의 기분을 거슬러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다. 상사는 후배의 잘못까지 나에게 연대 책임을 묻는다. "믿고 맡길 사람이 없다"는 미명 아래 일은 점점 많아지고, 요구하는 사회생활도 더 늘어났다. 뭔가 억울한데 사회생활이 원래 다 그런 거라고하니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정리해보기로 했다. 직장생활에 대해서 말이다.

/사진=싸이 '행오버' 뮤직비디오 영상화면 캡처
/사진=싸이 '행오버' 뮤직비디오 영상화면 캡처
정신을 차려보니 8월이다. 출근길에 숨통이 트이고, 가장 자리경쟁이 치열한 유명 어린이 공연에까지 공석이 생기는 휴가철이다. 하지만 친한 사이가 아니고서는 회사에서 휴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기대감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어쩌면 쉬는 것에 인색하고 노는 것이 죄송한 우리네 직장 문화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최근에는 휴가의 중요성이 많이 확산됐다. 팀원들 휴가를 잘 보냈는지 여부에 따라 팀장 인사고과를 하는 회사도 있다. 하지만 상사의 눈치 안보고 여름휴가를 갈 수 있는 직장인들이 얼마나 되겠나. "휴가는 다녀오셨어요?"가 인사인 요즘 직장인들의 휴가 유형을 정리해봤다.

#1. 직장 5년차 이상 : 내가 원하는 건 이 곳에 다 있다…'도심휴가파'

도심휴가파는 멀리 가지 않고 도시에서 휴가를 즐긴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멀리 가서 고생하느니 근처에서 편하게 놀겠다는 유형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휴가를 힐링의 목적으로 사용한다. 평소에 미뤄뒀던 문화생활을 하거나, 도심에서 수상 레포츠를 즐기거나,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쉬는 '방콕'을 선택하기도 한다. 휴가 후 뭔가 허무한 기분이 드는 것이 단점.

대부분 직장 5년차 이상 된 사람들이 택하는 휴가 유형이다. 이들은 수시로 해외 출장을 가는 경우가 많아 해외여행에 큰 욕심이 없다. 또 무리한 여정으로 휴가 후 엄청난 심신의 후폭풍을 겪었던 경험을 통해 휴가 땐 쉬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사진=싸이 '젠틀맨' 뮤직비디오 영상화면 캡처
/사진=싸이 '젠틀맨' 뮤직비디오 영상화면 캡처
#2. 직장 3~4년차 : 쉬는 시간은 쉬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자기계발파'

자기계발파에게 휴가 기간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공부를 하거나 성형수술을 하기도 한다. 하반기에 대기업 공채가 몰려있는 만큼, 이 기간이야 말로 이직 준비의 적기라는 것. 성형 수술도 마찬가지다. 따로 회복기를 가질 수 없는 만큼 이 기간을 이용해 외모를 업그레이드 한다. 생각보다 휴가가 짧다는 것을 휴가 끝 무렵 깨닫게 된다는 것이 단점.

이직을 고려하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직장 3~4년차가 이 유형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일단 마냥 신나게 놀러가기에는 경제적으로 내 코가 석자다. 슬슬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이직에 대한 꿈도 커진다.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준비할 것도 많다. 무엇보다 친구들이 모두 직장 초년병들일 것이므로 다들 비슷한 이유로 같이 해외여행 갈 친구가 별로 없다.

#3. 직장 1~2년차 : 비행기부터 타고 본다…'해외여행파'

1년 전부터 휴가를 준비하는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해외여행파다.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얼리버드 티켓도 늘 눈여겨보고, 성수기를 대비해 미리미리 항공이며 숙소를 구한다. 이들은 짧은 휴가기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초단위로 여행계획을 세워 떠난다. 휴가 후 쉰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드는 것이 단점.

이 유형에는 사회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입사 1~2년차가 가장 많다. 아직 대학시절의 자유로운 생활을 기억하는 몸이 회사에만 묶여있으니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때로 갑작스러운 회사의 사정이나 상사의 지시로 휴가계획이 좌초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일정을 바꿔서라도 꼭 떠나고야 마는 열정적인 젊은이들이 많다.

/사진=슈퍼주니어-M 'Swing' 뮤직비디오 영상화면 캡처
/사진=슈퍼주니어-M 'Swing' 뮤직비디오 영상화면 캡처
#4. 신입사원 : 내 사전에 휴가란 없다…'회사출근파'

휴가기간 출근을 미리 계획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서, 갑작스럽게 업무가 발생해서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월요병이 없으려면 일요일에도 출근하면 된다. 휴가도 마찬가지다", "사무실에서 에어컨 틀어 놓고 일하는 것이 진정한 피서다"라는 슬픈 자기 위로를 SNS에 올리며 휴가를 보낸다.

대부분 눈치를 봐야하는 신입사원이나 사정이 어려운 회사의 정리해고 대상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지인 중 한 명은 "목숨 부지하려고 휴가 반납했다"고 말해 듣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자꾸 어려워지는 경제사정 속에 직장인들은 언제라도 이 유형에 속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늘 시달리고 있다.

사실 연차별 휴가유형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게임 경험치 2배 이벤트'를 위해 휴가를 반납한다는 뚝심 있는 게이머들은 연차가 얼마나 됐든 간에 도심휴가파일 것이다. 사는 동안 전 세계를 돌아보고 말겠다는 열혈 여행족들에게도 직장 연차는 큰 상관이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조금은 다르다. 올해 휴가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낼 생각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벤야민이 경험의 알을 품고 있는 새라고 표현한 "깊은 심심함"을 한 번 느껴볼 생각이다. 거창하게 말하지만 실은 휴가기간 항공과 숙박 예약에 모두 실패하고 턱없이 비싼 성수기 요금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부디 모든 회사에서 자유 휴가제를 도입해서 '성수기 요금'이라는 단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어떤 유형으로 보내든, 일 년을 기다려온 휴가의 시작이다. 모두의 올해 여름휴가가 안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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