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재미있는 건 비정상인가요?…'비정상회담'의 매력

[이현지의 컬티즘⑬] 짜여진 토론이 아닌 진정성을 갖춘 논쟁의 매력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4.09.01 10:07  |  조회 9186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JTBC '비정상회담' 페이스북
/사진=JTBC '비정상회담' 페이스북
광고에는 '3B의 법칙'이 있다. 3B란 미녀(Beauty), 아기(Baby), 동물(Beast)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이들이 나오는 광고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소재로 동물이나 아기, 미녀(미남)을 등장시키는 방송은 구성이 아주 엉망이 아닌 이상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선 3B의 법칙에 하나의 B가 더 늘었다. Bilingual(이중언어사용자), 즉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이다.

우리는 명절마다 한복을 입고 나와서 구수하게 트로트를 부르고 한국인 배우자와의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봐왔다. 아름답고 입담 좋은 외국 미녀들을 등장시켜 인기를 모았던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도 있었다. 온라인에서 화제를 몰고 있는 '영국남자'도 등장했다. 그는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것은 물론 홍어, 불닭볶음면 등 한국 음식 먹는 모습을 선보여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엔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이 등장하는 방송이 인기다. 바로 JTBC '비정상회담'이다. 지난 7월에 첫 방송을 시작한 '비정상회담'은 소비자연구원이 지난달 트렌드를 분석해 선정한 '8월의 브랜드'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잘생긴 외국인 남성들이 정장을 차려입고 앉아있는 모습부터 눈길을 끈다. 이들의 한국어 실력은 여느 한국인에 못지 않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은 그저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에 대한 신기함보다는 더 세련된 구성으로 우리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사진=JTBC '비정상회담'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비정상회담' 방송화면 캡처
외국인들의 '수다'가 아닌 진짜 '토론'

'비정상회담'이 앞선 외국인 출연 방송 '미수다'와 다른 점은 특정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한다는 것이다. '미수다'는 자리배치 자체가 시청자들을 향해 마치 전시된 듯 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MC의 질문에 대한 각 국 미녀들의 대답은 인터뷰 수준에 머문다. 결국 시청자들은 이들이 어떤 대답을 하느냐보다는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더 집중한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은 다르다. 서로 둘러앉은 구조로 이미 토론을 위한 적극적인 자리배치가 되어 있다. 이들은 찬반으로 팽팽히 맞서며 깊이 있는 토론을 이어나간다.

토론이 가능한 또 하나의 이유는 출연진의 다양한 캐릭터 덕분이다. 똑 부러지는 지식으로 토론을 깊이 있게 끌고 가는 미국인 타일러, 서슴지 않는 독설로 토론의 열기를 뜨겁게 하는 터키인 에네스, 시종일관 쾌활한 분위기로 이끌어주는 가나인 샘, 중립적인 이탈리아인 알베르토 등 누구 하나 캐릭터가 겹치지 않는다. 그래서 늘 토론은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양 극단이 팽팽하게 맞선다. 시청자들은 때로 반대 의견에 동조하기도 하고, 찬성 의견에 박수를 보내기도 하면서 함께 그 토론에 참여한다.

여기에 3명의 MC들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혼전 동거, 독립, 자녀들의 성교육, 결혼 등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제를 던져준다. 또한 중간에 다른 이야기로 진전되면 또 그것에 대해 즉석 표결을 던지기도 한다. 토론의 룰을 지키되, 반드시 하나의 주제만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토론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토론은 더 팽팽하고 아슬아슬해진다. 때로 과열되는 논쟁을 중재하거나 민감할 수 있는 문제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 역시 MC들의 몫이다.

/사진=JTBC '비정상회담'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비정상회담' 방송화면 캡처
무엇보다도 각 국의 민감한 문제를 회피하거나 한국 문화에 대한 찬양으로 종결짓지 않는 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차별화된 지점이다. 이들은 한국을 깊이 이해하지만 한국적인 것을 무조건 찬양하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서로의 국가에 대해 민감한 부분을 숨김없이 드러내면서도 너무 심각하지 않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일례로 어느 나라 맥주가 더 맛이 좋냐는 주제에 대해 서로 아슬아슬한 논쟁을 벌이다가도 '손에 손잡고'라는 노래와 함께 한바탕 웃음으로 마무리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세련됨이다.

몇 년 전, 인도 봉사활동을 갔을 때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봉사자들이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눴었다. 말도 잘 통하지 않았지만 봉사활동에 대한 이야기부터 좋아하는 가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비정상회담'을 보고 있으면 그때가 떠오른다. 외국인들을 마냥 신기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구촌에 살고 있는 한 개인으로써 다양한 문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짜여진 토론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논쟁하는 것. 그것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비정상회담'에 빠지게 하는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재미있는 건 비정상인가요?…'비정상회담'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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