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 '매직아이', 참신한 시도인가 무모한 도전인가

[이현지의 컬티즘⑭] 새로운 콘셉트,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4.09.08 10:05  |  조회 4708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SBS '매직아이' 공식 홈페이지
/사진=SBS '매직아이' 공식 홈페이지
대통령 선거일도 휴일인지 아닌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A는 정치나 사회적 이슈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는 친구다. 그런 A가 어느 날 "우리 시사적인 일들에 대해 토론해보면 어때?"라고 묻던 그 충격적인 순간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A를 그렇게 변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인터넷 라디오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때문이었다. 당시 '나꼼수'가 20~30대에게 미친 영향은 크고 놀라웠다.

'나꼼수'의 인기 비결은 폭로와 풍자다. 뉴스에서는 절대 들려주지 않는 정치적 이슈들의 뒷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폭로하고 신랄하게 풍자한다. 시사는 정치성이, 예능은 비정치성이 생명이라고 생각했던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한쪽에서는 이를 '선동'이라고 표현했고, 한쪽에서는 이를 '언론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이를 기점으로 예능 프로그램들에도 소소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먼저 죽어가던 토크쇼 포맷이 다시 되살아났다. 단, 예전의 토크쇼보다 더 거침없어졌다. 자신의 아픈 과거를 드러내는 것은 물론이요, 비밀을 폭로하고 서로 다투는 모습까지 여과 없이 보여준다. 또한 웬만해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시사나 정치적 이슈들이 소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에 방송을 시작한 SBS의 '매직아이' 역시 이러한 흐름의 타고 지상파에 등장한 시사 토크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춘 야심찬 시작과 달리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진=SBS '매직아이' 방송화면 캡처
/사진=SBS '매직아이' 방송화면 캡처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식 토크를 넘어서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 보겠다는 '매직아이'는 의도는 고무적이다. 입담 좋기로 소문난 이효리와 문소리 홍진경 등 세 여성 MC를 전면에 내세우고, 최근에는 김구라까지 합류하면서 멤버구성은 더욱 화려해졌다. 가끔 인터넷에 올라오는 짧은 토크 동영상들도 꽤 재밌다. 하지만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보려고 자리를 잡으면 어김없이 채널이 돌아가 버린다.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순간순간의 재밌는 토크를 다음 단계로 이끌어주거나, 지루해질 경우 재빨리 마무리 지어주는 메인 MC의 역할이 부재하다. 예를 들어, '비정상회담'의 유세윤을 보자. 토론이 진행되다가 새로운 주제가 나오면 그것을 재빨리 새로운 안건으로 상정한다. 그러면서 토론이 다시 진행되고 흐름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하지만 '매직아이'에는 입담 좋은 네 명의 보조 MC만이 있을 뿐 중심이 없다. 그러니 토크는 중구난방이 되고, 때로 지루하게 늘어져 버린다.

MC들 사이의 충분한 라포(Rapport, 마음이 통하고, 따뜻한 공감이 있으며 감정교류가 잘 되는 것)형성도 부족하다. 후반에 합류한 김구라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MBC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는 좀 더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낸다. 그리고 김구라가 말을 하면, 윤종신과 규현이 그것을 받아서 살려준다. 서로의 작은 행동도 놓치지 않고 웃음 포인트로 전환시킨다. 하지만 '매직아이' 네 명의 MC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받기보다는 아직까지 각자 겉도는 느낌이 강하다.


/사진=SBS '매직아이' 방송화면 캡처
/사진=SBS '매직아이' 방송화면 캡처
마지막으로 기획의도와 콘셉트가 애매하다. 시사예능이 대세라지만 아직까지 예능에서 뉴스라는 소재는 양날의 검이다. 시청자들이 예능에서 찾는 것은 무엇보다 '재미'다. 물론 예능에서 뉴스를 재밌게 풀어나갈 수 있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말 관심이 있고, 잘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해야 재밌다. 별로 관심이 없는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니까 이야기는 겉핥기에서 그치고, 토론은 수다로 전락한다. 결국 가장 차별화된 지점으로 내세우는 '뉴스'라는 소재와 '뉴스'에 숨겨진 1mm를 찾겠다는 기획의도는 갈 곳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지상파는 종편이나 케이블에 비해 새로운 시도에 인색하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매직아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운 이유다. 하지만 그것이 새로운 콘셉트나 포맷을 시청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려서는 안 된다. 시청자들은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한다. 다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의 미숙함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기존 콘셉트에서 기량을 발휘한 사람들을 모아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토크쇼 '매직아이', 참신한 시도인가 무모한 도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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