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모든 청춘에게 보내는 찬사…'꽃보다' 인기비결

[이현지의 컬티즘⑮] 여행지에서는 할배들도, 중년들도, 젊은이도 모두 청춘이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4.09.15 10:34  |  조회 4960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tvN '꽃보다 청춘'
/사진=tvN '꽃보다 청춘'
여행가고 싶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우리 지금 바로 차타고 부산 바다 보러 갈까?"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하지만 실행으로 옮겨지기는 힘들다. "다들 회사 그만두고?"라는 말에 씁쓸하게 웃으며 집에 돌아간다. 예전처럼 무모해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런데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실행으로 옮길 수 없는 이런 갑작스러운 여행을 현실로 옮기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꽃보다 청춘'이다.

'꽃보다 청춘' 1탄에서는 출연자 윤상, 이적, 유희열이 사전 모임인 줄 알고 갔던 식당에서 그대로 페루로 떠난다. 아무런 준비도 없던 이들은 모든 생필품을 즉석에서 구입하고 숙박과 식사를 스스로 해결한다. 물론 이들의 일탈적인 여행은 본인들만 모르고 있을 뿐, 주변에는 이미 철저하게 준비돼 있다. 스케줄도 다 정리가 되어 있고 여행 내내 제작진들이 따라다니며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한다. 한마디로 안전망이 쳐져 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보는 입장에서는 재미와 스릴을 함께 느끼며 상황을 즐길 수가 있다.

'준비 없는 갑작스러운 출발' 이라는 흥미로운 콘셉트와 이 때문에 허둥대는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희극적인 모습 외에도 '꽃보다' 시리즈는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일단 여행지 선정이다. 크로아티아, 페루, 라오스 등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알려져 있지만 방송 프로그램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여행지에 출연자들을 던져놓는다. 그리고 그곳을 여행하고 돌아다니고 머무는 것을 모두 출연자들이 알아서 하게 한다.

'꽃보다 할배'나 '꽃보다 누나'의 경우에는 연장자와 여성에 대한 우대로 이서진, 이승기라는 보호자가 한명씩 붙었지만, '꽃보다 청춘'부터는 그마저도 없다. 이들은 숙박과 식사 및 일정을 모두 알아서 선택해야 한다. 이는 좋은 결과로 나타나기도 하고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마디로 자유여행의 묘미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를 통해 예전에 경험했던 자유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거나 앞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며 몰입하게 된다.

/사진=tvN
/사진=tvN
프로그램의 형식과 내용 구성도 신선하다. 먼저 여행이라는 하나의 큰 콘셉트 아래 여러 개의 포맷이 변주되며 프로젝트별로 나뉜다. 예를 들면, 이서진이 나이든 배우들을 '모시고' 다녔던 '꽃보다 할배'와 납치되듯 여행을 떠나서 각자 역할을 분담하여 '알아서' 여행을 하고 온 '꽃보다 청춘'은 전혀 다른 구성과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매 회 같은 콘셉트와 목표 아래 구성되는 여타 여행 예능과 다르게,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다양한 맛을 보여주는 장점이 있다.

여행지 보다는 여행하는 사람들에 더 초점을 맞춘다는 점 역시 '꽃보다' 시리즈의 차별화된 부분이다. 예를 들어 MBC 여행 예능인 '여행남녀'는 남녀 출연자 각자 즐기는 여행지의 모습이 중요할 뿐, 출연자의 이야기나 서로 간의 관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SBS 여행 예능인 '정글의 법칙' 역시 마찬가지다. 크게 부각되는 것은 각자의 캐릭터나 스토리가 아니라 정글의 모습과 정글에서의 생존이다.

하지만 '꽃보다' 시리즈의 콘셉트는 구성된 멤버들 각자의 캐릭터와 이들 사이의 감정 교류가 주로 부각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직진순재', '짐꾼승기', '유희견' 등 출연자들에게 캐릭터가 생기고 극한 상황에서 서로 감정이 상하거나 화해해나가는 장면들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진다.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여행지의 모습이 아니라, 그곳에서 나와 동행자들이 보고 느낀 것이라는 사실을 여행을 해 본 사람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장소보다 사람에 초점을 맞춘 '꽃보다' 시리즈가 여행 예능의 본질을 가장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지난주 역대 '꽃보다' 시리즈의 멤버 중 가장 젊은 멤버로 구성된 '꽃보다 청춘' 2탄 라오스편이 방영을 시작했다. 혹자는 '꽃보다' 시리즈가 점차 연령을 낮춰가면서 진짜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여행지에서는 평균 연령 77세 할배들도, 중년 여배우들도, 이미 전성기가 지난 40대 뮤지션들도 모두 푸른 봄처럼 빛나고 있었다. 이들 중 누구를 진짜 청춘이고 가짜 청춘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서로 다른 청춘의 모습이 있을 뿐, 여행지에서 꿈을 꾸고 도전하는 순간은 모두에게 청춘이다. 20대의 새로운 청춘들이 보여줄 라오스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여행하는 모든 청춘에게 보내는 찬사…'꽃보다' 인기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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