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 숲에서 1박 2일…윤종신의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이현지의 컬티즘⑰]우리 정서에 꼭 맞는, 진정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4.09.29 09:36  |  조회 2974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페이스북
/사진=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페이스북
지난 8월말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앞서 6월에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에 다녀오고 2개월 만이다. 춤추고 음악 듣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종종 페스티벌에 가는 것은 사실 호기심 때문이다. 축제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페스티벌을 즐기는지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페스티벌을 진짜 즐기는 사람은 몇 안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페스티벌이 뭔지, 사람들이 어떻게 노는지 그저 구경하러 온 것 같았다.

너무 과하지 않게 멋을 부린 차림에 선글라스는 필수다. 현장에 도착하면 자리를 잡고 일단 셀카를 찍어 잘 노는 사람임을 어필하는 허세어린 문구와 함께 SNS에 올린다. 그리고 근처에서 먹을 것을 구입해 음악을 들으며 먹는다. 그 다음은 행사장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구경한다. 적당히 몸을 좀 흔들다가 자리에 돌아와 쓰러져서 잔다. 그리고 첫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물론 이것은 내 페스티벌 경험담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똑같이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경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은 없을까? 찾던 중 알게 된 것이 바로 올해 처음 개최된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다. 락, 인디음악, 재즈 등 다양한 음악 장르에 대한 유명한 페스티벌이 있지만 사실 이렇다 할 대중음악 페스티벌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수 윤종신이 기획한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는 확실히 다른 페스티벌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아직 첫 회여서 그런지 표를 구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사진제공=이현지
/사진제공=이현지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는 확실히 다른 페스티벌과 달랐다. 각종 음악 페스티벌은 일단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수많은 인파들과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가 정신을 쏙 빼놓는다. 메인 무대를 비롯해 크고 작은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가 적어도 세 군데 이상은 되고, 각종 후원 업체들의 홍보부스가 여기저기 마련되어 음악보다 더 큰 소리로 호객행위를 한다.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는 이에 비해 무척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다. 일단 무대가 1개 밖에 없고, 객석이 무대를 필두로 가로로 긴 형태다. 게다가 귀에 익은 대중음악이 흘러나오니 뒤쪽에 앉은 사람들까지 무대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유일한 후원 업체인 동원 F&B는 행사의 성격에 맞게 화려한 부대행사 대신 커플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아기자기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젊은 층과 외국인이 많은 여타 페스티벌과 달리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온 가족 단위나 커플이 대부분인 관객 구성도 이런 분위기에 한 몫 하는 듯 했다.

/사진제공=이현지
/사진제공=이현지
편안한 대중음악 페스티벌을 만들고 싶었다는 윤종신의 기획 의도는 확실히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행사장의 화장실 위치까지 알려주며 편하게 즐기라고 당부하는 윤종신의 모습에, 마치 어느 가을 주말 윤종신의 집 앞마당에 초대돼 그와 그의 친구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둘째 날은 해가 지자 무대를 암전하고 관객들에게 하늘의 별을 보게 한 뒤 가수 정엽이 'Nothing Better'를 불러주었다. 자연과 음악이라는 이 페스티벌의 콘셉트를 확실히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꿈을 갖고, 그것을 결국 실행에 옮기게 된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윤종신이 지난 2012년 SNS에 "나 같은 음악 하는 사람들끼리 페스티벌은 없나. 어디 큰 공터에서 모여서 한번 합시다"라고 올렸던 글을 멋지게 실현한 이 페스티벌이 감동적인 이유다.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는 앞으로 더 큰 사랑을 받을 것이다. 표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렇게 되더라도 처음의 기획의도와 이 따뜻한 분위기를 잃지 않기를.

멜로디 숲에서 1박 2일…윤종신의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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