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한 경건함의 향연…'한식대첩'이 재미난 이유

[이현지의 컬티즘⑲] 음식은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4.10.13 10:22  |  조회 6035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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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올리브TV에서 방영 중인 '한식대첩 시즌2'를 즐겨보고 있다. 요리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한식에 큰 관심이 없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다. 지역별로 내로라하는 음식 명인들이 등장해 하나의 주제를 놓고 다양한 음식들을 만들어내는데 마치 예술작품 같다. '한식 종류가 정말 많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서바이벌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대결도 흥미롭다. 각 지역 사투리나 지역 특산품, 음식 이야기를 듣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한식대첩 시즌2'는 시즌1의 어색한 부분을 개선하면서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우선 용어가 바뀌었다. 주재료를 뜻하는 '스페셜원'이 '일품재료'로, 탈락팀을 가리는 대결을 뜻하는 '데스매치'가 '끝장전'으로 바뀌었다. 또한 진행자가 오상진에서 김성주로 바뀌었다. 다른 요리 프로그램과 구분되는 '한식'이라는 컨셉을 강화하되 조금 더 대중적으로 풀어나가자는 의도로 보인다.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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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가장 경쟁력있는 무기는 바로 '한식'이다. 또 다른 대표적인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쉐프 코리아'에서 아쉬웠던 점이 한국의 마스터쉐프를 뽑는 자리에 한식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마스터쉐프 코리아'는 '한식대첩'과 많은 면에서 다르지만. 일례로 '마스터쉐프 코리아'는 요리사부터 학생, 가수 지망생, 주부 등 다양한 아마추어들이 대결을 벌인다.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비교하자면 Mnet '슈퍼스타 K'와 유사한 구조다. 이에 비해 '한식대첩'은 각 지역의 명인들이 대결을 벌이는 구조로 MBC '나는 가수다'와 유사하다.

'한식대첩'은 전문가들의 진지한 경합과 거기에서 나오는 유려한 결과물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스토리의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끝장전'에서 5분마다 한번씩 번갈아가며 음식을 해야 하는 어려운 미션을 주거나, 각 지역 도전자들의 경쟁을 소위 '악마의 편집'이라고 부를 정도로 부각하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음식에 대한 원초적인 관심과 함께 재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된다.

/사진=올'리브 '한식대첩 시즌2' 방송화면 캡처
/사진=올'리브 '한식대첩 시즌2' 방송화면 캡처
이 방송을 보다보니 문득 한때 즐겨들었던 '걸신이라 불러다오'라는 팟캐스트가 생각난다. 음악 평론가 강헌 교수가 자신과 지인들의 맛집을 소개하는 오디오 팟캐스트다. 미식가로 소문난 강헌 교수의 음식에 대한 감칠맛 나는 묘사나 숨겨진 맛집에 대한 정보가 쏠쏠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프로그램의 제일 첫 부분에 나오는 대사다. "살기 위해 먹지 말고 먹기 위해 살아야한다"

'한식대첩'도 마찬가지다. 진지한 태도로 재료를 분석하고 음식을 만드는 도전자들이나 이들의 요리를 정성스럽게 맛보고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단순히 살기 위해 먹는 음식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확실해진다. 음식은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다. 생각해보자. 당신은 오늘 어떻게 한끼 식사를 때웠는가.

음식에 대한 경건함의 향연…'한식대첩'이 재미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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