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가 빠진 '로맨스의 일주일'

[이현지의 컬티즘⑳] 가능할 법한 로맨스에 대해 이야기해줄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4.10.20 08:35  |  조회 5696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MBC 에브리원 '로맨스의 일주일'
/사진=MBC 에브리원 '로맨스의 일주일'
며칠 전 한 지인이 해외 출장으로 3개월간 머물렀던 프랑스에서의 러브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그녀가 상대방을 만난 것은 ‘틴더’를 통해서란다. 케이티 페리도 사용한다는 '틴더'는 주변에 위치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중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데이트 상대를 골라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이를 통해 우연히 만난 외국 남자와 일주일 만에 집까지 합치며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낯선 곳에서 낯선 남자와의 로맨스라니, 영화 '클로저'에서 앨리스가 댄에게 건넨 한 마디, "Hello, Stranger"라는 대사가 떠오르는 낭만적인 상황이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있다. 최근 MBC 에브리원에서 방영중인 '로맨스의 일주일'이다. '로맨스의 일주일'은 먼저 여배우의 삶이라는 것을 기본 전제에 둔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자유로운 사랑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삶. 마치 유리병 속에 든 아름다운 장미와 같은 여배우의 삶을 전제로, 이들이 여배우가 아닌 여자로써 영화같은 로맨스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 기획의도라고 한다.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기획 의도 자체도 추상적이고 여타 소개팅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차별성도 없는데다가 그나마도 프로그램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프로그램은 마치 기승전결이 없는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지루하다. 결국 시청자들은 두 여배우들이 입은 수영복이나 사용하는 화장품에만 집중하게 된다.

/사진=MBC 에브리원 '로맨스의 일주일' 방송화면 캡처
/사진=MBC 에브리원 '로맨스의 일주일' 방송화면 캡처
어차피 여배우들이 나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리얼한 모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가능할 법한 로맨스에 대해 이야기해줄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즉, 중간 중간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나올 수 있는 장치라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MBC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처럼 소소한 미션이라도 있거나, 로맨스가 시작되고 진행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이들이 서로 만나고 데이트하는 모습은 전혀 로맨틱하지 않다. 여행지를 다니거나 요리를 만들어 먹는 일상적인 모습이 반복될 뿐이다. 처음 만나는 두 남녀 사이에 어떤 보이지 않는 감정적 교감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보는 입장에서 그런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로맨스의 일주일'에서 로맨스는 빠져있는 것이다. PD의 적극적인 연출적 개입을 통한 짜임새 있고 타이트한 구성이 아쉽다.

틴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남자와 3개월의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던 지인은 얼마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그와의 연락은 자연스럽게 끝이 났다고 한다. 사실 '로맨스의 일주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처음 기대했던 바는, 제작진이 여배우들에게 처음 했던 질문인 '일주일 만에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라는 것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이었다. 상황과 여건이 받쳐준다면 사랑에 빠지는 것은 한 순간에도 가능하다. 다만 그 사랑이 지속되어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할 문제일 것이다.

로맨스가 빠진 '로맨스의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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