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의 아름다움, '지휘자를 위한 1분'
[이현지의 컬티즘㉕] 최고의 지휘자를 향해 치열하게 달려온 이들의 드라마틱한 순간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4.12.08 11:50 | 조회 5017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다큐멘터리 '지휘자를 위한 1분' 포스터/사진=영화사 진진 |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정된 자리에 앉기 위해 늘 평가를 받아야하고, 평가자들이 나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5-10분이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남들보다 더 돋보이기 위해 경쟁이라는 것을 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음악 다큐멘터리 '지휘자를 위한 1분'에 등장하는 예비 지휘자들도 마찬가지다. 세계 3대 국제 지휘 콩쿠르 중 하나인 '안토니오 페드로티'에 도전한 젊은 지휘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분. 이 시간 동안 이들은 처음 보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랜덤으로 주어지는 클래식을 완벽하게 지휘해야 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무엇보다 최고의 마에스트로가 되려고 치열하게 노력해온 젊은이들이 만들어내는 1분의 드라마틱한 순간. 그리고 이 순간이 픽션이 아닌 실제 상황이라는 사실에 대한 긴장감이다. 크든 작든 누구나 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좌절하거나 성취의 기쁨을 느껴본 경험 또한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드라마틱하다. 콩쿠르는 그러한 개인의 드라마가 한 곳에 모이는 현장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러한 개개인의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담아낸다.
다큐멘터리 '지휘자를 위한 1분' 스틸컷/사진=영화사 진진 |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이 만나는 음악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콩쿠르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을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차례가 끝나고 나오면 다른 참가자들과 정보를 스스럼없이 공유한다. 곡에 대한 해석이나 지휘의 방식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이들은 서로에게 경쟁 상대가 아니다. 파이널 5에 올라간 한 젊은 지휘자의 말을 빌리자면 오히려 이것은 작곡자와 지휘자의 싸움이다.
다큐멘터리 '지휘자를 위한 1분' 스틸컷/사진=영화사 진진 |
'지휘자 콩쿠르'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클래식 음악'에 대한 애정이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흥미도를 더욱 높여주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다큐멘터리가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이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포기하곤 하는 자신의 진정한 '꿈'과 그 '꿈'을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는 젊은 열정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꿈을 향했던 순수한 열정,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조차 빛이 났었던 시간들이 내게도 있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바쁜 일상 속에 잠시 묻어뒀던 그 꿈이, 나에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속삭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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