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로맨스의 비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현지의 컬티즘㉖] 노부부의 이야기가 20대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4.12.15 09:49 | 조회 11873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포스터/사진=CGV아트하우스 , 대명문화공장 |
76년간 부부로 살아온 89세 강계열 할머니와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애잔함과 담담함'이다. 첫 장면부터 할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할머니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결말을 보여주고 시작한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반전에 대한 기대나 결말에 대한 호기심이 아닌, 이들이 사랑하고 이별을 준비하는 그 과정 자체, 순간순간의 모습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스틸컷/사진=CGV아트하우스 , 대명문화공장 |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애지중지 키우던 강아지의 죽음을 통해 할아버지의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예감한다. 영화를 보기 전 내가 예상했던 것은 반백년이 넘게 지켜온 사랑이 끝나가는 과정, 첫 이별, 슬픔 등이었다.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 죽음은 슬프지만 당연한 것이었고, 그 죽음은 이들에게 이별이 아니라 다음 세상에서 또 다른 사랑을 이어가기 위한 징검다리였다. 이들의 사랑을 갈라놓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할머니가 준비하는 것은 영영 이별이 아닌 잠시 먼저 길을 떠나는 남편의 여정이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스틸컷/사진=CGV아트하우스 , 대명문화공장 |
누군가 말했다. 진정한 사랑은 서로를 자기 마음의 중심에 두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강계열 할머니와 조병만 할아버지의 사랑은 유별나지 않았다. 다만, 할아버지는 숨이 턱 까지 차오르는 상황에서도 할머니 병원가는 길에 따라 나서며 아픈 무릎을 호~ 불어주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관객들 모두가 홀로 남겨진 할머니를 걱정할 때, "할아버지 생각해주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불쌍해서 어쩌나"라고 말하며 할머니는 오히려 할아버지를 걱정했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그것이 지난 세월 사랑을 지켜온 이들 노부부의 특별한 사랑법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사랑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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