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한 시상식, 언제까지 그들만의 축제로 남을 것인가

[이현지의 컬티즘<29>] 시청자 위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5.01.05 09:03  |  조회 3580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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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지는 해를 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고, 뜨는 해를 보며 한 해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치이면서도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러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있고, 집에서 가족들과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필자는 가족들과 연말 시상식을 보며 귤을 까먹는 것이 새해를 맞이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연말 시상식'인데, 언젠가부터 이 시상식이 '식상식'이 되어버려서 문제다.

'방송사 종무식', '그들만의 축제'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시상식은 매년 시청자들을 실망시켜왔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골고루 수상자들에게 상을 나눠줄지를 고민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쏟아지는 상들과 모호한 수상기준, 급하게 준비한 티가 역력한 어설픈 퍼포먼스들, 매년 비슷한 MC와 예측을 전혀 벗어나지 않는 수상자까지 그동안의 실망 요소들을 그대로 답습한 시상식이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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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의 어설픔은 그렇다고 치자. "이게 바로 생방송의 묘미"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어색한 진행과 실수가 반복된다. 특히 중간에 연예인들에게 다가가서 하는 인터뷰 질문은 하나같이 식상하고 뜬금없어서 듣는 내내 조마조마한 기분이 들 정도다. 게다가 여타 프로그램에서는 활달하고 재치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던 스타들도 시상식에서는 왜 하나같이 점잔을 빼는지 알 수가 없다. 시상식에서는 우아하게 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라도 있는 것일까. 뜬금없는 질문에 어색한 답변이 오고가는 시상식 인터뷰 장면은 시청자들을 불편함의 끝으로 몰고 간다.

굳이 외국의 그래미상 시상식이나 아카데미상 시상식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연말 시상식이 국내 방송 프로그램 수준에도 현저히 못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 해외로도 콘텐츠를 수출하고 있는 감독들의 연출력과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는 작가들의 재치 있는 입담, 한류를 몰고 다니는 연예인들의 끼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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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에게 연말 시상식은 단순한 결산 이외에 축제의 의미를 가진다. 유명 연예인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누가 상을 받았는지 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볼거리, 즐길 거리로 가득한 유연한 연말 시상식이 될 수는 없는 걸까. 혹자가 제안하듯 방송사 통합 시상식을 개최하는 것도 방법일 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방송사 자체에서 시상식을 정치적 목적, 혹은 자사 뽐내기를 위한 연례행사로 운영하기보다는 조금 더 시청자들을 위한 콘텐츠를 고민해서 세련된 시상식을 만들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연말이라 회사에서도 전 직원이 모이는 회사 행사를 개최했다. 시상식에서는 돌아가면서 한 번씩 받는 상과 상금을 올해도 팀 내에서 몇 명이 받았다. 그나마 작년에는 사장 지시로 간부급 임원들이 크레용팝의 '빠빠빠'를 추는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없었다. 초빙한 외부 마술사가 신기하지 않은 마술쇼를 보여주고 끝났다. '조금 더 재밌게 기획할 수 없나'라는 생각을 모두가 했다. 하지만 누군가 붙잡고 추진하지 않으면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내년 연말이 다가올 것이다. 방송사 연말 시상식도 마찬가지다.

식상한 시상식, 언제까지 그들만의 축제로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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