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구라라'-이병헌 '로맨틱' 사건에서 사라진 본질

[이현지의 컬티즘<33>] 편협한 시각은 진흙탕 싸움의 상처와 선정적인 가십만 남긴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5.02.02 09:20  |  조회 8641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YTN 뉴스 화면 캡처
/사진=YTN 뉴스 화면 캡처
'크림빵 아빠' 뺑소니 범인이 자수했다. 네티즌의 힘이다. 지방 사범대 수석졸업 후 화물차 기사로 일하며 임용고시 준비하던 아내를 외조했고,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오다 뺑소니 차에 치여 숨졌다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네티즌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경찰이 초반 수사에 혼선을 겪는 동안 용의차량을 집중 추적하고, CCTV를 제보하는 등 누리꾼들은 수사에 큰 도움을 줬고, 결국 범인은 자수했다.

네티즌 수사대의 힘이 경찰력을 넘어서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네티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건이 던져지면, 이들은 다수의 정보력으로 범인을 검거한다. 그리고 다수의 괴롭힘으로 범인을 처벌하기도 한다. '어린이집 여교사 폭행사건'의 피의자를 보자. 그녀는 이미 얼굴, 이름, SNS와 가족들의 신상까지 모두 노출되며 공공의 적으로 몰렸고, 급기야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피의자 남편의 핸드폰번호라고 잘못 알려진 번호의 주인이 하루에 비난 문자와 전화가 500통 넘게 온다고 하소연하는 에피소드까지 있었으니 두려울 만하다.

나 역시 ‘어린이집 여교사 폭행사건’에 분개한 네티즌 중 한명이다. 피의자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하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물론 사회 정의 실현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네티즌들이 나서 해결한 좋은 사례들도 많았다. '크림빵 아빠' 사건도 집단지성으로 범인을 검거한 좋은 사례일 것이다. 하지만 경찰과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집단적 영웅심리가 너무 강해질 경우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녀사냥'이나 '흑백논리'로 인해 본질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진=머니투데이DB
/사진=머니투데이DB
예를 들어 클라라 사건을 보자. 처음에는 클라라 측에서 폴라리스 회장의 문자를 선택적으로 공개하며 자신이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회장은 지위를 이용해 예쁘고 어린 여자 연예인을 희롱한 '갑질' 파렴치한으로 몰렸다. 그러나 디스패치를 통해 공개된 문자의 전문에서 클라라가 먼저 연락을 하고, 사진 등을 보낸 정황이 드러나자 클라라는 거짓말의 아이콘으로 전락했다. 네티즌들에 의해 클라라가 나이를 한 살 속였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며 클라라는 명실공히 '구라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문제는 이 사건 자체가 '성희롱'과 '거짓말'이라는 측면만 너무 부각이 되고 있다는 것과 상대적으로 폴리리스 회장이 피해자인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 사건은 연예인과 소속사간 심심치 않게 불거지던 문제인 전속계약 관련 소송이 핵심이다. 클라라 외에도 많은 연예인들이 이 소송에 연루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전속계약이라는 시스템 자체와 이 소송의 진위여부는 무엇인지에 사건의 본질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조사도 끝나지 않은 이 소송 자체는 '거짓말' 논란에 묻혀버린 지 오래다.

이병헌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병헌은 어린 여자 연예인에게 성적인 농담을 하고 문자를 보낸 사실이 밝혀져 다수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병헌이 상대방에게 보낸 문자 내용 중 하나인 "너, 로맨틱, 성공적"은 이제 지상파 방송에서조차 패러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에서도 '협박'이라는 본질은 이미 논외다. 오히려 힘없는 여자 연예인이 농락당하고 실형까지 살게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이병헌은 도덕적인 부분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며, 임신한 아내 이민정에 대한 측은지심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몰래 대화를 녹음하고 이것을 빌미로 50억원을 요구한 이지연과 이다희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 사람의 가해자와 한 사람의 피해자만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금전적이거나 성적인 이해관계는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대표적인 관계들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깊이 있는 분석과 다양한 시각, 정확한 판단을 전제로 문제의 해결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네티즌들의 구미에 당기는 주제로만 편협하게 사건을 바라보고 섣불리 확대시킨다면, 어느새 본질은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 진흙탕 싸움으로 인한 상처와 선정적인 가십들만이 남게 될 것이다.

클라라 '구라라'-이병헌 '로맨틱' 사건에서 사라진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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