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뮤지컬의 진수, '노트르담 드 파리'를 봐야 하는 이유

[이현지의 컬티즘<35>] 오페라 같은 매력…싱어·댄서 구별해 예술성↑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5.02.16 11:11  |  조회 3947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마스트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사진=마스트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2006년, 어학연수를 위해 영국에 머물렀던 1년 동안 가장 의욕적으로 했던 일을 꼽으라면 단연 공연을 보러 다닌 일일 것이다. '맘마미아'부터 '위키드'까지 당시 무대에 오른 모든 공연을 모두 보고 다녔다. 심지어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을 보기 위해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Stratford-upon-Avon)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열정적으로 공연을 보러 다녔던 것은 주변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일 수도 있다. 지나다니는 거리마다 화려한 공연장들이 크게 자리 잡고 있고, 곳곳에 붙어있는 공연 포스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전광판에서는 늘 공연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고, 심지어 뮤지컬 '빌리 엘리엇'의 주인공 '빌리'를 찾는 뮤지컬 경연 대회는 당시 영국을 뜨겁게 달군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게다가 영국의 모든 공연장은 가장 저렴한 좌석도 무대가 아주 잘 보였고, 학생들을 위한 할인도 매우 많았다.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공연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어린 나에게는 이런 분위기가 무척 새로웠고, 공연에 빠져드는 계기가 됐다. 특히 국내에서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유럽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내게 다가왔다. 2005년,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초연했을 당시 국내 뮤지컬 관람객들이 느꼈던 신선함과 감동이 어렴풋이 예측 가능한 이유다. 당시 최단기간 최다 입장 기록을 세우며 국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 뮤지컬이 초연 10주년 기념으로 다시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렸다.

/사진=플레이DB 사이트
/사진=플레이DB 사이트
공연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느꼈던 유럽 뮤지컬, 특히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노래 중간 중간 대사가 들어가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달리 모든 대사가 노래로 처리된다는 것. 연극적 스토리텔링에 노래를 가미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전신이 '연극'라면 프랑스 뮤지컬의 전신은 '오페라'에 더 가까울 것이다. 실제로 '노트르담 드 파리'의 작곡가 리카르토 코치안테는 이 뮤지컬을 'People's opera(대중적인 오페라)'라고 말한 바 있다.

두 번째 특징은 노래를 부르는 싱어와 춤을 추는 댄서를 확실히 분리시킨다는 점이다. 배우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대사까지 처리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확실히 다른 지점이며, 프랑스 뮤지컬의 예술적인 측면을 부각시켜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극 중 페뷔스가 부르는 '괴로워(Dechire)'는 이 특징을 가장 잘 부각시켜주는 넘버다. 페뷔스가 한쪽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무대곳곳에서 아크로바틱한 춤을 추는 무용수들을 조명이 잠깐씩 비춰주는 모습은 이 공연을 단순한 '쇼'가 아닌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프랑스 오리지널팀이 내한한 이번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러 간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주옥같은 넘버', 그리고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세 버전 중 프랑스어로 들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뮤지컬'이라는 평을 들려줬다. 중요한 점은 이들이 모두 2005년의 공연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며, 공연에 관심이 많다고 해도 대단한 일이 아닌가. 명불허전. 관객들이 10년간 기억하는 멋진 공연은 다 이유가 있었다. 프랑스 뮤지컬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프랑스 뮤지컬의 진수, '노트르담 드 파리'를 봐야 하는 이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