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이 다시 '아름다운 청년'이 될 수 없는 이유 3가지

[이현지의 컬티즘<49>]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일도 종종 있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머니투데이 칼럼니스트,   |  2015.05.26 09:33  |  조회 12734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머니투데이DB
/사진=머니투데이DB
몇 가지 건들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여자에겐 임신과 출산, 남자에겐 군대가 그렇다. 특히 지속적으로 문제와 논란이 끊이질 않는 군 입대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를 가고, 대한민국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을 군대에 보내 본 경험이 있다. 여기서 '누구나'라는 말이 우리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어떤 면에서 위안을 준다. 그러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그 '누구나'에서 빠져나가려는 사람이 있다면, 공분을 살 수 밖에 없다.

벌써 13년 전이다. 유승준이 미국 시민권 획득으로 인한 병역기피로 입국이 금지된 사건 말이다. 이 철지난 이야기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이유는 최근 유승준이 아프리카TV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해 눈물의 사죄를 했기 때문이다. 왜 하필 지금일까, 라는 의문이 먼저 생긴다. 돈이 떨어진 것은 아니냐, 군 입대가 사실상 불가능한 시점이라 그런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하지만 사실 시점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유승준이 이 사죄를 계기로 다시 우리의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당시 유승준은 정말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췄다. 원조 몸짱이었고, 예능감도 있었다. 예의 바르고 성실하며 건강한 이미지였다. 연예인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손꼽힐 정도로 성격이나 사교성도 좋았다. 만약 그대로 별 탈 없이 인기를 이어갔다면 지금쯤 연기 등 기타 분야에까지 도전하며 탄탄한 거물급 스타로 자리매김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연예인들에 비해 더 큰 뭇매를 맞았던 것은 이런 원래 모습에 대한 배신감, 즉 '괘씸죄'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섹시한 이미지의 백지영이 섹스 스캔들 이후 성공적으로 복귀한데 비해 단아한 이미지의 황수정이 비슷한 사건임에도 아직까지 재기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고 이것이 스티브 유가 유승준이 될 수는 있어도 '아름다운 청년'이 될 수 없는, 즉 입국허가가 되더라도 다시 연예계에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다.

/사진=아프리카 TV 방송화면 캡처
/사진=아프리카 TV 방송화면 캡처
두 번째 이유는 그가 한국을 떠나있던 13년 사이, 방송계의 트렌드가 많이 바뀌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예능에서 게임이나 운동을 주로 하는 활동형 버라이어티가 많이 사라졌다. 프로그램의 장르는 매우 다양해졌고, 생활 밀착 다큐나 토크 형식이 많아졌다. 공백이 길었던 유승준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적응할 수 있을까. 가요계 역시 마찬가지다. 남성 솔로 댄스 가수가 설 자리가 있을까. 파워풀한 댄스와 랩이 무기였던 그가 다시 자신의 무기를 꺼내들기엔 무리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

세 번째 이유는 그가 자신의 매력을 찬찬히 쌓아올릴 시간 없이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다는 것이다. 유승준이 나타났던 시기만 해도 그는 독보적인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제 몸 좋고, 운동도 잘하고, 예능감도 있는 멀티플레이형 연예인들이 차고 넘친다. 그보다 춤도 잘추고 랩도 잘하는 한 무리의 아이돌들도 있다. 한 마디로, 이제 우리는 그에게 별 관심이 없다.

병무청은 유승준의 국적회복은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일갈했다. 병무청이 본보기로 세워뒀던 사례를 번복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헛된 기대감을 심어주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아빠가 유명한 줄 아는 아이들이 이 사건을 알게 될까봐 두렵고, 자신의 행동이 어리석고 철없었다고 사죄하는 유승준의 진심은 믿고 싶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과 동영상은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다. 씁쓸하지만, 세상에는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일도 종종 있는 법이다.

유승준이 다시 '아름다운 청년'이 될 수 없는 이유 3가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