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 성공의 열쇠…'치어머니' 목소리

[이현지의 컬티즘<58>] 제작진은 '치어머니'들의 간섭을 부담스럽게만 생각해선 안된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머니투데이 칼럼니스트,   |  2015.07.31 09:13  |  조회 8940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웹툰 '치즈 인 더 트랩'
/사진=웹툰 '치즈 인 더 트랩'

웹툰을 즐겨본다. 한 회가 길지 않고, 모바일로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이동 중이나 누군가를 기다릴 때 종종 찾는다.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이하 '치인트')'도 마찬가지다. 친구의 추천을 받아 퇴근길에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치인트'는 다른 웹툰과는 달랐다. 보기 시작한 그날, 전 편을 다 보고 나서 다음 화를 목 빠지게 기다리는 열혈 구독자가 된 것이다.

'치인트'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토리, 즉 고전적인 캔디 스토리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꾸미는 데 관심 없고,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바쁜 여주인공 홍설이 모든 것이 완벽한 킹카 유정과 다혈질의 이국적인 미남 백인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웬만한 드라마나 소설의 캔디 스토리에 콧방귀도 안 뀌던 나조차 이 웹툰에 중독된 이유는 상투적인 캔디 스토리를 넘어서게 하는 캐릭터의 개성 때문이다.

여주인공 홍설은 '캔디 캔디'의 캔디나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와는 다르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씩씩함과 명랑함이 아닌 생활에 대한 피로와 자신을 둘러싼 관계에 대한 피로에 둘러싸인 복합적이고 냉소적인 인물이다. 처음 '치인트'가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했을 때 홍설의 캐릭터를 소화할 배우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던 것은 '이러한 그녀의 현실적이고 복잡한 심리상태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처음 거론됐던 그룹 미쓰에이의 수지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홍설의 중성적 매력과 복잡한 심리상태, 현실의 피로감 등을 표현하기에 수지는 너무 예쁘장하고 여성스럽다.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많은 사람들이 반대 의견을 내며 '치어머니(치인트+시어머니, 치인트 드라마 주인공 선정에 일희일비하는 누리꾼들을 일컫는 말)'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수지는 출연을 고사했다.

/사진=웹툰 '치즈 인 더 트랩', 머니투데이 DB
/사진=웹툰 '치즈 인 더 트랩', 머니투데이 DB
결국 '치인트' 홍설 역은 배우 김고은으로 정해졌다. 나름 나쁘지 않은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 그간의 작품에서 보여 준 연기력과 중성적 매력은 홍설을 연기하기에 충분하리라고 기대가 된다. 이제 관건은 백인호, 백인하 등 만만치 않게 복잡하고 개성 뚜렷한 캐릭터를 소화할 배우 찾기와 드라마 전체를 흐르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잘 살려내는 것, 그리고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각 편이 스토리를 담고 있으면서도 미스터리한 사건이 전반적으로 흐르면서 극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는 것은 인기 시트콤에서 자주 차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미국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서는 교외 중산층 마을에 사는 주부들의 일상을 코믹하게 다루면서도, 살인사건의 비밀을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나간다. MBC '거침없이 하이킥' 역시 실종 사건이 극 초반에 발생한 뒤 그것에 대한 이야기가 각 편에 녹아들며 전체적인 줄기를 형성한다. '치인트'도 마찬가지다. 유정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의 본 모습과 백인호, 백인하 남매와의 관계 등이 끊임없이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사진=웹툰 '치즈 인 더 트랩'
/사진=웹툰 '치즈 인 더 트랩'
또한 '치인트'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홍설의 가족관계는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학과 친구들과의 관계는 더욱 그렇다. 이 외에도 공감능력이 결여되어있는 유정과의 애정관계를 포함해 유정과 어린 시절을 함께 했지만 지금은 증오심만 남아있는 백인호와 유정의 관계, 백인호와 그의 누나 백인하의 관계, 유정과 백인하의 관계 등 수많은 관계들이 얽혀있고, 그에 따른 복잡한 심리가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인간관계로 고민해 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적절한 주인공 선정에 이어 이들 출연자들 간의 복잡 미묘한 관계에 대해 주목하고 세밀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고백하건데, 목소리를 크게 내지는 않았지만 나 역시 '치인트'의 주인공 선정에 일희일비했던 '치어머니' 중 한 사람이다. 그만큼 '치인트'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말 좋아했던 콘텐츠가 잘못된 주인공 선정으로 인해 참혹한 결과를 맞이하는 것을 몇 번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생긴 노파심이기도 하다. 제2의 '내일도 칸타빌레'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제작진이 '치어머니'들의 간섭을 부담스럽게만 생각해선 안 되는 이유다. 그들이 콘텐츠에 갖는 애정을 존중하고, 그들이 홍설, 혹은 '치인트'에서 본 것이 무엇인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치어머니' 말 잘 들어서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치느리(치인트+며느리)'가 되든지, 아니면 나아가 스스로 '치어머니'가 되어야 한다.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 성공의 열쇠…'치어머니'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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