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 댄스 대신 아이돌을 택한 '소녀시대' 효연에 대한 유감

[이현지의 컬티즘<62>] "누가 누구인지" 외국인이 보는 '한국 아이돌'…개성잃은 획일화 안타까워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5.08.27 10:13  |  조회 4044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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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사촌을 만났다. 콜럼비아 예술대학을 다니는 사촌은 졸업 프로젝트로 아이돌 그룹을 만들었고, 데뷔 무대로 졸업 전시를 대신했다. 사전 오디션을 통해 그룹 멤버를 모집했고, 무명 배우, 가수 지망생 등이 선발됐다. 자금은 'Kick Starter'라는 미국 소셜 펀딩 사이트를 통해 마련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의 제작업체에서 미팅을 제안하고,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시도할 정도로 꽤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룹 이름은 EXP. 국내 아이돌 그룹 EXO를 따라한다는 악성댓글이 심심치 않게 달리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사촌은 외국인들로 구성된 한국식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보겠다는 의도로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한국의 아이돌은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 같은 느낌이거든. 그래서 외국인들로 구성된 한국식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보고 싶었어. 그게 한국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지도 궁금했고."

멤버들은 평범한 외국 미소년들로, 한국 아이돌 그룹처럼 행동하라는 요구에 처음에는 거부감을 가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나서서 그렇게 행동하고 한국어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어를 능수능란하게 하고 예능감만 살아있으면 국내에서도 상품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제공=SM, JYP, YG 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M, JYP, YG 엔터테인먼트
영문 위키피디아에서 '한국 아이돌'을 찾아보면, "SM, YG, JYP 등 연예 기획사에서 개최한 여러 단계의 오디션을 통과한 후 수년간 훈련을 받는 전형적인 한국 아이돌은 매우 젊고 잘생겼으며,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라고 나온다. 정리하자면, 한국 아이돌은 자본에 의한 전면적 기획과 통제로 운영되며, 빼어난 외모로 성적인 어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10대들에게는 환상을 심어주고, 이로 인해 기성세대와의 장벽을 구축한다.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 그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이돌일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나 꿈꾸는'이라는 지점이 그들을 어느 정도 획일적인 모습에 갇히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소녀시대의 신곡 'Lion Heart'의 뮤직비디오에 나온 효연처럼 말이다. 사실 효연은 소녀시대에서 춤을 담당했던 멤버다. 노래 중간에도 파워풀한 댄스를 보여주던 그녀는 소녀시대 안에서 이질감과 개성을 동시에 발현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Lion Heart'에서 더 예뻐진 얼굴로 살랑거리고 있는 효연은 그냥 소녀시대 멤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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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한 때 HOT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열광했고, 그들을 소재로 한 팬픽(팬과 픽션의 합성어로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이나 유명작품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써 내려가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다 똑같이 생겨서 누가 누군지 구분을 못하겠다"는 어른들의 말이 그렇게도 한심하게 들렸었다. 지금의 아이돌 그룹을 보고 내가 그 말을 똑같이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사촌은 외국인들이 본 '한국 아이돌'은 그 자체로 다른 여타 가수그룹과 구별되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존재들임에는 틀림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아이돌 그룹들은, 그리고 그 그룹 멤버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이돌 그룹이 개성을 잃고 획일화되는 모습에 안타깝다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이미 내가 기성세대에 편입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한국 아이돌이라는 것이 효연이 자신의 주특기인 파워풀한 댄스를 버려야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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