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화장품 매장에서 커피를 파는 이유를 아시나요?

[이현지의 컬티즘<68>] 커피는 문화의 불씨를 더욱 타오르게 도와주는 촉매제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5.10.16 11:39  |  조회 4029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anieto2k in Flickr
/사진=anieto2k in Flickr

롯데백화점에 갔다. 오랜만에 간 것도 아닌데, 매장 구조가 많이 바뀌어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젊은 여성의류 매장 한 가운데 크게 자리 잡은 커피숍이다. 쇼핑을 하러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업무상 만난 백화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올해부터 롯데백화점이 마케팅2팀 이름을 '문화마케팅팀'으로 바꾸고,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들의 삶에 스며들 수 있는 문화마케팅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 이태원에 매장을 연 벨포트는 건물 2층 전체를 커피숍으로 꾸몄다. 바리스타를 고용해 직접 내린 커피를 판매한다. 홍대에서 3대 마카롱 맛집으로 꼽히는 루벤스 베이커리도 입점시켰다. 명동에 1호 매장을 낸 마스크팩 전문브랜드 메디힐도 총 3층 규모의 건물에서 2층 전체를 카페로 만들어서 메디힐에서 직접 고용한 바리스타가 내려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콘셉트 스토어'라고 불리우는 이런 공간들에서는 직접적인 물건의 판매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머무를 수 있는 곳을 마련해주고, 그 공간에 제품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친숙해지도록 만든다. 역시 문화 마케팅이다. 더 이상 상품의 질로 차별적 우위를 점할 수 없는 경쟁시대에 문화마케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리고 이들이 이야기하는 '문화' 마케팅의 시작점에는 커피가 있다.

/사진=동서식품 카누 광고 영상 캡처
/사진=동서식품 카누 광고 영상 캡처
그렇다면 커피는 어떨까. 사실 커피는 아직까지 제품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여타 제품들과 달리 고유의 로스팅 방식이나 원두 자체로 인한 맛과 향의 차별성이 브랜드의 선호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문화마케팅에 관심을 보이는 커피 브랜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문화예술과 커피를 잇는 코드를 누가 먼저 어떠한 형태로 선점하느냐에 따라 커피전문점 시장 내 우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 '카누(KANU)'는 올해 음악 포털 사이트와 제휴를 맺고 음악과 함께 커피를 즐기자는 콘셉트로 '카누 뮤직카페' 캠페인을 시작했다. 가수 유희열이 직접 선곡한 커피와 어울리는 음악을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뮤직 카페'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커피 전문점 중에는 탐앤탐스가 커피숍 내에서 신진 작가들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탐(GalleryTom)'을 운영하며 마니아층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탐앤탐스는 독립영화 무료 상영회 '인디스카이데이', 인디뮤지션들의 버스킹 공연 '탐스테이지(TOMstage)' 등 미술·문화·공연코드 잇는 행사들을 공간 내에서 운영하며, 젊고 자유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사진=탐앤탐스
/사진=탐앤탐스
우리 가족 역시 커피를 매우 좋아한다. 얼마 전에는 외삼촌이 경기도에 있는 별장에 로스팅 기계를 들여왔다. 그러다 보니 주말마다 시간이 되는 친척들이 모여서 직접 콩을 볶고 갈아 커피를 만든다. 그리고 함께 모여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더치커피를 차게 마셔야하는 이유와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어 커피 가루와 함께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윗 부분을 마셔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새로운 가족 문화가 생긴 것이다.

문화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생겨난다. 그리고 커피는 문화의 불씨를 더욱 타오르게 도와주는 촉매제다. 어쩌면 커피와 문화의 만남은 이미 예견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커피와 문화의 만남, 그 시너지 효과가 더욱 기대되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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