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 기 죽일 수 없다"…예산 3배 훌쩍 넘어선 결혼식
[이현지의 컬티즘<69>] 결혼을 만들어가는 것은 돈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5.10.22 11:09 | 조회 53347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lindsmae in Flickr |
그래도 최근에는 결혼식에 드는 비용을 줄이려는 사람들이 많다. 어려운 경제사정도 한 몫 하지만, 이혼률이 높아지면서 결혼식 자체보다 결혼해서 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DIY(Do it yourself)의 트렌드나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결혼식을 하고 싶은 마음도 많이 작용한다. 이효리, 원빈 등 몇몇 연예인들의 '작은 결혼식'이 화제가 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3종 세트인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중 스튜디오 촬영은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스냅 촬영'으로 대체해 사진작가를 통하지 않고 당사자들이 직접 사진을 찍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결혼한 친구 한 명은 삼각대를 세워놓고 웨딩사진을 찍고, 그 사진으로 직접 청첩장을 만들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기도 했다.
/사진=lindsmae in Flickr |
물론 작은 결혼식을 진행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별한 결혼식을 꿈꿨던 나 역시 플래너와 함께 생각지도 못한 비용이 끝없이 발생하는 평범한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 직장에 다니는 신랑, 신부가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보고 준비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또한 "그래도 한번인데"라는 생각이 당사자인 신랑, 신부, 그리고 부모님들 중 한 사람의 발목이라도 잡기 시작하면 작은 결혼식을 결정하는 것은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작은 결혼식을 진행한 사람들은 스스로 준비해 나가는 과정에 의미가 있고, 추억도 쌓인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Infomastern in Flickr |
결혼을 만들어가는 것은 돈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큰 비용이 드는 결혼과정에서 충분한 예산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그 사실이 쉽게 잊혀질 수 있다. 형편에 맞지 않는 부담스러운 결혼준비로 결혼 자체의 의미를 잃게 되느니, 작은 결혼식을 택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의미 있고 재미있는 작은 결혼식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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