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인트'는 '응팔'의 허전함을 채워줄 수 있을까
[이현지의 컬티즘<77>] 각색은 창조의 직업…드라마 충성도 이을까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6.01.21 10:02 | 조회 10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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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응답하라 1988' 포스터, (오)'치즈인더트랩' 포스터/사진=tvN |
반대로 나는 어린시절 무척 감명깊게 읽었던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영화화 되어 나왔을 때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 부분은 왜 빠진거지? 저 중요한 부분이 왜 저렇게 하찮은 분량으로 나오는거지? 개츠비 역에 저 배우가 어울리나?
이러한 양가적인 상황은 동일한 콘텐츠를 어떤 매체를 통해 보여주냐에 따라, 그리고 어떤 매체를 먼저 접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 4일 대단원의 막을 올린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이하 '치인트')'처럼 원작이 큰 인기를 끌었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각색한 드라마 '치인트'는 주인공 선정에서부터 '치어머니(웹툰의 드라마화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사람, 치인트+시어머니)'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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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치즈인더트랩' 공식 홈페이지 |
칭찬부터 하자면 드라마 '치인트'는 원작의 주요요소를 잘 짚어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히고 섥히는 심리적 감정의 관계가 그것이다. 그 관계를 그려내는 것에 있어 드라마는 원작과는 다른 방식을 취한다.
2D가 아닌 3D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다. 이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가 썼던 방식과도 같다. 사건의 속도감을 살리고 몇 가지 임팩트 있는 사건들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주인공들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단번에 시청자들에게 어필한다. 실제로 원작에서 꽤 많은 이야기들이 생략되고 있음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이 드라마가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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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치즈인더트랩' 공식 홈페이지 |
날카롭고 예리한 감각을 가지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무게감으로 모든 상황을 외면하는 것이 홍설의 모습이고, 바로 그것이 '치인트'가 기존의 연애 판타지 소설과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보이는 홍설은 약간은 어리버리하고 답답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전형적인 연애소설의 주인공의 느낌에 가깝다.
물론, 드라마가 원작과 똑같으려고 욕심을 부리는 순간 더 큰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백인하(이성경 분)다. 백인하는 원작에서도 꽤 비현실적인 캐릭터다. 큰 키에 아름답고 화려한 외모로 길을 걷기만해도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왈가닥에 철이 없는 캐릭터. 이 만화적인 캐릭터를 만화가 아닌 드라마에서 똑같이 표현해내려고 하면 지금처럼 과장되고 부담스러운 연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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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치즈인더트랩' 하이라이트 영상 캡처 |
처음 우려와는 달리 드라마 '치인트'는 큰 틀에서 순항하고 있다. 주인공들이 원작이 아닌 드라마 속 캐릭터에 익숙해지고, 원작에서의 재미요소인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설정과 극의 전반을 흐르는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잘 살려낸다면 '미생'에 못지않은 인기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에피소드들은 많다. 원작과 같으면서도 다른, 드라마만의 매력을 발산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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