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A는 '바보 어벤져스'가 될 수 없을까
[이현지의 컬티즘<93>] 설현 지민 '긴또깡' 발언 논란…무지가 가장 큰 죄인가?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6.05.19 08:15 | 조회 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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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DB |
옛날 이야기만은 아니다. '너 자신을 알라'로 유명한 위인을 셰익스피어라고 말한 미쓰에이 수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을 이수만이라고 말한 포미닛 현아도 있다. 이외에도 김종민, 은지원, 정준하, 길 등 상식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연예인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무지를 희화화해 웃음을 준다.
지난 주 설현, 지민, 안중근 의사가 나란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지난 3일 방송된 온스타일 '채널 AOA' 4회에서 나온 장면이 지난주에 와서야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장면은 그룹 AOA의 설현과 지민이 인물 사진을 보고 답을 맞혀야 하는 퀴즈를 푸는 도중에 안중근 의사 사진을 보고 "긴또깡"(김두한 일본식 표현)이라고 말하는 등 오답을 말하며 장난스러운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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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스타일 '채널 AOA' 방송화면 캡처 |
게다가 "무지는 큰 죄라는 것을 알았다"는 눈물의 사과와 아이돌의 무지를 걱정하는 기사들이 결국 이 해프닝의 마무리이자 해결책이라는 것도 씁쓸하다.
모르는 것이 죄라면, 대체 어느 부분부터 모르는 것이 무지이며, 죄가 되는지에 대한 기준도 명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안중근 의사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얼굴을 몰랐다면 그건 무지인가. 안중근 의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얼굴만 알고 있다면 그것은 무지인가. 설현과 지민이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안중근 의사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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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DB |
하지만 실제 영상에서는 그렇게까지 불편한 느낌을 주는 장면은 없었다. 게다가 주로 문제를 풀고 이야기하는 것은 지민이고 설현은 핸드폰 검색을 하느라 별로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사 제목에서는 설현이 이 사건의 주인공처럼 이야기된다. 실시간 검색어에도 '설현, 안중근'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방송 후 일주일이나 지나서, AOA의 컴백을 며칠 앞두고서야 이러한 논란이 점화된 것도 이상하다. 결국 비난을 쏟아내는 이들 중 상당한 수가 방송을 보고 불편해서가 아니라 언론에서 이 사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먼저 접한 뒤 자세히 알지 못한 채로 논란을 증폭시켰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이렇게까지 논란이 커지게 된 데 언론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무한도전-바보 어벤져스' 편에서 은지원은 "기준이 다를 뿐, 바보는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시청자들이 연예인에게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비난하거나 옹호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다. 그리고 해당 연예인이 그에 대해 반박하거나 사과하는 것 또한, 그들의 몫이다.
하지만 무지가 가장 큰 죄라는 명제가 진리처럼 여겨져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언론이 이런 논란의 한 편에 서서 심판관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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