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정도면 괜찮은 여자 아냐?"…남자들이 마음을 열지 않는 이유

Style M  |  2014.12.26 05:12  |  조회 1221
[김정훈의 썸㉙] 진심을 안 주는 남자 마음을 열고 싶다면 그의 '페이(pay)'를 즐기지 마라

썸. 묘한 단어가 등장했다. 짜릿한 흥분과 극도의 불안감이 공존하는 롤러코스터 마냥, 탈까 말까 망설여지기도 하고. 간질 간질. 정체를 알 수 없는 간지러움에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랑만큼 떨리지만 이별보다 허무한 '썸'. 그리고 편식남 편식녀를 비롯한 그 밖의 다양한 '썸'에 대한 연애칼럼니스트 김정훈의 토킹 릴레이.

영화 'S러버' 스틸컷/사진=싸이더스 픽쳐스

만나면 잘해주긴 하는데 안 만날 땐 외롭게 만드는 남자의 마음을 궁금해 하는 여자들이 많다. 엄청난 미모는 아니지만 나름 예쁘다는 소리도 들어봤고, 직업이나 학벌도 나쁘지 않은 내가 왜 그런 고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주변 여자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특별함을 바라는 남자에게 오히려 특별하게 인식되지 못할 말과 행동을 한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나름' 매력적이라서 여자 경험이 많은 남자까지 홀릴 정도의 외모는 아니다. 그렇다면 희생적인 사랑을 할 각오라도 돼 있어야 하는데 그것 역시 그렇지 못하다. 괜찮은 학벌이나 직업 혹은 집안을 갖고 있어 그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지만, 특정 부류의 남성을 제외하곤 그것들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에 불만이 있다. 자부심이 변종된 방어기제가 지나치게 견고하거나 정 반대의 쿨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렇게 외모나 나이 등으로 생긴 자격지심은 남성들에게 대우받길 지나치게 즐기는 성격을 만들어 낸다. 본인은 따뜻한 사랑을 추구한다 말하면서도 정작 그런 사랑을 해주려는 착한 남자들은 관심이 없다. 그리고 따뜻함 따윈 보여주질 않는 스펙 좋은 왕자님들에게 쉽게 사랑에 빠져버린다. 본인은 공주가 아니라는 걸 망각한 채로 공주 대우를 받고 싶어한다.

영화 'S러버' 스틸컷/사진=싸이더스 픽쳐스

아는 형 이야길 꺼내야겠다. 친구의 지인으로 알게 됐는데 몇 차례 함께 술을 마시며 친해진 형이다. 잘생기지 않은 외모, 꾸미지 않지만 깔끔한 옷차림, SKY중 한 곳이었는지 외국대학이었는지 가물가물 하지만 어쨌거나 좋은 학벌, 모든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사'자 붙는 직업과 강남에 있는 오피스텔 및 적당한 부담감의 외제차. 이 모든 화려함을 누그러뜨려줄 어눌하고 차분한 목소리, 특별히 주사도 없어서 대부분의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스펙을 갖추고 있다. 매주 다른 여자들과 잠자리를 한다는 건 달갑지 않은 소식이지만. 

어느 일요일 아침에 우연히 그 형을 마주친 적이 있다. 금방 잠에서 깬 트레이닝복 차림의 형은 부스스한 티를 억지로 감춘 정장차림의 여자와 함께 있었다. 서둘러 여자를 택시에 태워 보내곤 조금 귀찮은 듯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무는 형에게 인사를 건넸다. 요란한 음악이나 화려한 조명으로 정신없는 주말 밤이 아닌, 환한 대낮에 형을 본 건 그 날이 처음이었다. 그 어색하고 낯선 사실 때문에 나와 형은 한참을 웃었다.

그 웃음. 여자라곤 전혀 모를 것 같고 만날 기회도 없었을 것 같은 순진한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바로 그 어설픈 미소는, 형이 매주 다른 여자들과 잠자리를 가지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물론 화려한 스펙이 있기에 그 웃음은 가치를 띠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어쨌거나 형과 내가 그 자리에서 나눈 주된 대화는 이거였다. "아, 외롭다. 어디 괜찮은 여자 없을까?"

"장난해?"라며 광분하는 여성들에게 분명히 말해두고 싶다. 형은, 아니 형과 같은 종류의 남자들은 여자를 유혹하는데 있어 절대로 사귀고 싶다거나 좋아한다는 등의 달콤한 언어를 구사하지 않는다. 자신의 스펙만으로 얼마든지 여성에게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굳이 진정성을 어필하는 요령을 부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술자리든 소개팅이든 만남의 루트를 특별히 가리진 않지만, 웬만큼 매력적인 여성이 아니라면 거리감을 철저히 유지한다. 스스로 표현력이 많지 않고 바쁜 사람임을 강조하고, 연애나 사랑에 있어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지 못해 상대가 서운해 할 수도 있음을 미리 말해두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난 너한테 별로 관심이 없다'는 걸 분명히 드러내지만 주위에 늘 여자가 끊이지 않는다.

영화 'S러버' 스틸컷/사진=싸이더스 픽쳐스

이유는 간단하다. 괜찮은 남자가 지갑까지 잘 열기 때문이다. 그는 여자들의 수다에서 당신이 우월의식을 갖게끔 만들어 준다. "요즘 누구 만나? 어떤 사람인데?"라는 질문에 "이러이러한 사람이야"라고 자랑스레 얘기할 만한, 그래서 주변 여자들이 보내는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남자다. 시선은 직접적으로 표현될 때 더 효과가 있다. 앞서 말한 수다의 자리에 멋진 차를 몰고 등장하여 픽업서비스를 해준다거나, 트렌디한 레스토랑에 데려가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당신이 원하는 선물(크게 부담스럽진 않지만 충분히 자랑할 만한)을 마련하는데 거리낌 없이 지갑을 연다. 하지만, 당신에게 마음을 열 일은 절대로 없다.

"난 오빠가 좋은 곳 데려다 주고 맛있는 거 사줘서 좋아하는 거 아닌데? 분식이나 국밥을 먹고 싶은데 오히려 오빠가 비싼 레스토랑 데리고 간다고요. 선물도 내가 굳이 싫다는데 오빠가 막무가내로 준 거고. 오히려 내가 오빠한테 초콜릿도 만들어주고 그랬는데요? 오빠 스펙이 싫은 건 아니지만 그런 건 부담스러워요. 그냥 평소에 편안하게 해줘서 좋은 거지"

남자들은 그저 황당할 따름이다. 완벽한 남자의존증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본인은 완강히 거부하고 있으니까. "그럼 맘에도 없는데 왜 잘해줘? 그러니까 착각하지. 적어도 난 진심이었는데 그런 여자들의 진심을 갖고 노는 건 남자들 아냐?"라고 얘기하는 여자들에게 남자들은 되묻는다.나는 한 번도 너에게 헌신적이지 않았는데 언제부터 내가 좋은 사람으로 인식 됐냐고. 내가 쉽게 여는 지갑을 즐거워하는 게 과연 진심이냐고. 내 배경이 아닌 나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한다는데, 대체 나에 대해 뭘 알고 그런 소릴 하냐고.

영화 'S러버' 스틸컷/사진=싸이더스 픽쳐스

연락을 끊을 만큼 이상하진 않기 때문에 연락을 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 먼저 페이(pay)하길 나서지 않으니 사줄 수밖에 없다는 거다. 마음 여는 것 보다 지갑 여는 건 쉬우니 얼마든지 즐겁게 쓸 수 있다. 조금만 지갑을 열어주면 애교는 물론이고 스킨십까지 적극적으로 응해주니까. 남자들 스스로도 그런 모습이 가볍단 걸 안다. 그러니 그걸 비판해봤자 시간낭비일 거다. 중요한 건 그들은 자신의 가벼운 모습을 보면서도 즐거워하는 당신에게 굳이 마음을 열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거다.

그들 역시 진심을 여는 그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당신과 연락을 나누고 있다면 적어도 처음에는 당신이 그 방법을 가르쳐 줄, 혹은 그 방법을 찾기 위한 의지를 생기게 해줄 여자가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본인이 지금껏 갖고 있는 요령으로도 충분히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버리는 당신에게 한 층 더 어려운 마음을 쓰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그의 마음을 열고 싶다면 그가 여는 지갑을 달가워 하지 말자.

그게 뭐 어렵냐고, 여자들이 대부분 그렇지 않냐고 당신이 아무리 얘기해봤자 남성들에겐 멋모르는 희화화로 생각될 뿐이다. 어렵지 않다면 오히려 당신에겐 잘 된 일이지 않은가. 외모가 특별하지 않다 해도 그에게 특별한 여자로 다가갈 유일한 방법이니까.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