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당신에게 반하지 않은 이유…과거의 '그녀'때문?

Style M  |  2014.12.06 11:12  |  조회 1213
[김정훈의 썸㉗]진심을 안 주는 남자 싸울 수도, 이길 수도 없는 남자의 과거 여자

썸. 묘한 단어가 등장했다. 짜릿한 흥분과 극도의 불안감이 공존하는 롤러코스터 마냥, 탈까 말까 망설여지기도 하고. 간질 간질. 정체를 알 수 없는 간지러움에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랑만큼 떨리지만 이별보다 허무한 '썸'. 그리고 편식남 편식녀를 비롯한 그 밖의 다양한 '썸'에 대한 연애칼럼니스트 김정훈의 토킹 릴레이.


진심을 내보이지 않는 남자. 외면하고 싶겠지만 이유는 정해져있다. 지금 막 당신의 머리에 떠오른 괘씸한 그 문장 때문이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지겨운 한 문장만으로 당신과 그 사이의 아이러니를 설명하려는 건 다소 무책임하단 생각이 든다.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그 남자의 진심을 모르겠다"라며 고민을 하고, 그런 남자와 만나는 일을 반복한다.

1차적인 문제는 당신의 몫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그는 당신에게 별다른 매력을 못 느끼고 있다. 생각보다 인기 많은 그 남자는 당신보다 매력 넘치는 다양한 여성들을 만날 능력이 충분하다. 얼마든지 취사선택이 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진심을 줄 남자는 없다. 매력을 더 가꾸든지 남자를 고르는 기준을 낮춰야 한다. 이 방법 말고는 마음에 드는 남자와 연애할 방법은 없냐고? 솔직히 말하자면 어렵다. 한 가지 있긴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성인이 실행하긴 어려운 방법이다.

그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당신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그의 곁을 끊임없이 맴도는 거다.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오래 머물러야 한다. '이정도면 된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가 당신을 받아들일 때까지 견뎌야 한다. 사람이 이성에게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두 가지다. 'A : 멋진 여자(혹은 남자) → 좋은 사람'의 프로세싱, 혹은 그 반대인 'B : 좋은 사람 → 멋진 이성'이다. 멋진 여자로 인식되지 못했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그의 맘을 바꿀 순 없다. 그러니 플랜B를 실행하는 편이 더 낫다.

그는 지금 어두운 동굴 속에 있다. 그가 가진 나침반의 바늘은 어딜 향할지 몰라 불안하게 흔들리는 중이다. 그 동굴의 끝에서 기다려야 한다. 동굴 안에서 뭘 할지 궁금해 하지 말고, 그가 인기척을 확인하고 싶어할 때 대답을 해줄 수 있는 곳에 늘 서 있어야 한다. 당신을 여자로 느끼지 않아도 참아야 한단 얘기다. 이성으로서 사랑을 받거나 얻으려는 마음은 접어두자. 그가 오빠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버리고 당신이 그의 친구이자 가족이 되는 거다. 그렇게 그의 삶 속에 스며들어선 그와 함께 웃고 울어줘야 한다.

인고의 시간동안 벌어질 자존심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할 거다. 그가 나오는 곳이 반대 방향일까봐 불안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 불안함과 불편을 극복한다면 그의 지침은 영원히 당신을 가리키게 될 거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미녀만 찾던 남자들이 의외로 평범한 여성과 사랑에 빠질 땐 이 같은 과정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는 여자들 속에서 제대로 사랑을 할 줄 아는 여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마치 알에서 방금 깨어난 동물처럼, 동굴을 빠져나온 세상에서 처음 만난 당신을 맘 속 깊이 따르게 되는거다.

문제는 첫사랑의 기억이 너무 강렬한 남자, 혹은 그 사랑의 감정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남자일 경우 그 진심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는거다. 그가 과거 후회 없는 연애를 했다면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미련이 남는 이별을 했을 경우, 고백조차 제대로 못하고 단순한 친구나 소울 메이트 관계를 넘어서지 못했을 경우 등 잊지 못할 잔여물을 간직하고 있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새로운 여자를 만나며 과거의 그 따뜻한 감정을 찾을 수 있을까 기대하는 남자. 혹시 모를 가능성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은 기울일 거다. 그런 노력이 당신을 헷갈리게 만든다. 평소 거리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때때로 보이는 따뜻함으로 인해, 그가 당신에게 진심을 주고 있단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건 그냥 과정일 뿐이다. 그의 지침이 당신을 향하기 위해 멈춘 게 아니다. 끊임없이 흔들리며 당신을 순간적으로 지나치는 거다.

마침 개봉하는 '러브, 로지'라는 영화는 이 딜레마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얼마 전 시사회에서 기대 이상의 재미를 느끼고 온 영화다. '12년간 엇갈리는 두 남녀의 로맨스'라는 문구가 인상적인 영화 속 남자주인공은 스스로의 진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무려 12년 동안이나 망설임과 고민을 반복한다. 여자주인공에 대한 사랑은 애초부터 가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심의 감정을 숨긴다.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날 때도 그저 곁을 지키며 행복을 빌어준다.

남자주인공도 다른 여자들(무려 엄청난 미녀들)을 만나지만 공허함을 채우지 못한다.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는 상태에서 다른 여자들을 통해 억지로 행복을 만들려다 보니 실패만 반복할 뿐이다. 영화는 이런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의 사랑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지만 당신이 주목해야 할 건 그 남자가 만난 여자들이다. 그의 목적지가 되는 여자주인공이야 행복하겠지만 그 과정의 여자는 무슨 죄란 말인가.

남자만 그렇단 건 아니다. 물론 여자들은 남자보다 좀 더 흉터정리가 철저하므로 빈도가 덜하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사랑은 있다. 과거를 현재까지 끄집어낸다는 건 감정적인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과 같다. 상대에게서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감정을 발견했다면 '아, 낭만적인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보단 정리를 하는 편이 낫다. 당신의 매력을 모르는 사람이야 곁에 두고 천천히 알게 만들 수 있지만 이미 당신을 파악해서 과거의 대상과 비교하는 사람은 꽤 피곤하니까.

추억은 비록 완벽하지 않았더라도 점점 더 완벽하게 포장된다. 과거는 현재처럼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당신을 제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본인 스스로도 과거보단 현재를 우선시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당신이 행복해 질 수 있다.










2014년 12월4일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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