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예뻐?" 소개팅女 얼굴에 집착하는 남자들

Style M  |  2014.11.16 11:11  |  조회 703

[김정훈의 썸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Vol. 1


썸. 묘한 단어가 등장했다. 짜릿한 흥분과 극도의 불안감이 공존하는 롤러코스터 마냥, 탈까 말까 망설여지기도 하고. 간질 간질. 정체를 알 수 없는 간지러움에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랑만큼 떨리지만 이별보다 허무한 '썸'. 그리고 그 밖의 다양한 '썸'에 대한 연애칼럼니스트 김정훈의 토킹 릴레이.


/사진=미란다 커 인스타그램, SBS '별에서 온 그대' 방송화면 캡처


'편식남' 스토리에 여자들뿐 아니라 남자들의 공감도 쏟아졌다. 최근의 세태가 안타까워 풀어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들이 예상보다 많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남자들이 평소엔 말하지 못하는, 술자리 안주로만 겨우 꺼내는 이야기들을 좀 더 해 보기로.

맛있는 레스토랑을 예약해야 하는 것만큼 강요받는 남성성의 중요한 키워드는 '인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들은 남자의 속내를 알 수가 없고 결국 갈등이 발생한다. 이번 기획은 이같은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의도도 있다. 여성들이 얼마나 공감할지는 잘 모르겠다. 공감이 안 된다면 정보라고 생각해도 좋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내년에 처음으로 여성 인구수가 남성을 초월한다고 하니, 분명 도움은 될 것이다.

-소개팅: 남자들은 얼굴만으로 여자를 평가한다(?)

소개팅 주선 시, 상대방의 사진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들은 질타의 대상이 된다. 그 행동은 마치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려는 의도로 비춰져 여자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들은 억울하다. 사진을 보고싶어 하는 것은 그저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한 과정의 일부일 뿐 상대방의 외모를 절대평가 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사진보고 발 뺌 하는 남자들의 속내는, '이 사람은 내 스타일이 아닌데' 정도의 마음일 뿐 '뭐 이렇게 못생긴 여자가 다 있어!'라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외모만으로 여자를 평가하려는 남자들은 생각보다 드물다. 미모를 그토록 강조하던 남자들이 종국에 사랑에 빠지는 대상은 절세미녀가 아닌 경우가 훨씬 많다. 어쨌거나 "내 친구 예뻐"라는 말을 듣고도 굳이 사진을 보려는 것은 개인의 미적기준이 복잡하단 것을 알고 있어서다. 그래서 주선자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을 통해 그 정보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싶은 거다. 백문불여일견. 단순한 논리다.

또 한 가지 알아야 둬야 할 사실이 있다. 예쁜 여자를 소개해 달라는 남자들 대부분은 예쁜 여자의 외모가 어떤 건지 잘 모른다. 그래서 스스로의 필터를 이용해 여자를 평가하려는 의도보단 처음 보는 사진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확인하려는 호기심이 발현되는 것이다.

물론 블라인드 소개팅을 꺼리는 데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숱한 소개팅으로 몇 백만원을 써왔다는 남자들의 사연은 많지만 이같은 여자의 사연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최근에는 더치페이를 하려는 여자들도 간간히 보이지만, 맛있는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센스 넘치는 시간을 준비해야 하는 건 여전히 남자의 몫이다. 그래서 여자와 남자가 소개팅에 임하는 마음은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인지 만나서 이야기 해보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취하기엔 첫 만남에 개입되는 남자들의 노력이 크다.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이성을 확인한 뒤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싶은 것은 그런 이유다.

연애 한번 해보겠다며 피땀 흘려 번 돈을 지갑에 채워온 사람에게, '자, 1등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이걸로 만족해'라며 긁지도 않은 복권을 주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닐까. 사진을 보든 스펙을 주고받든, 소개팅의 성공률은 상당히 낮다. 그러니 굳이 블라인드 소개팅의 가치를 높게 여기진 말자. 어차피 사랑이란, 사람을 만난 뒤에 시작되는 시간 그 자체일 뿐 그 사람을 고르는 행위가 포함되진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성격을 이야기해 주는 게 더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착한 사람이 남에게 역시 착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남자들이 생각하는 여자들의 프로필 사진 비밀

▷CU(클로즈업) - 이목구비를 강조한 얼굴 클로즈업 사진, 피부나 이목구비엔 자신이 있지만 얼굴이 크거나 어깨가 넓어 전체적인 실루엣이 별로일 경우가 많다.

▷FS 혹은 LS(풀샷 혹은 롱샷) - 얼굴이 작고 팔다리가 길어 실루엣에 자신이 있는 경우 하지만 피부나 이목구비가 별로일 가능성이 있다.

▷BS(바스트 샷) - 가슴에는 자신이 있지만 하체비만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ECU(익스트림 클로즈업) - 신체의 일부 부위에 자신이 있는 경우. 특히 다리나 가슴라인 등의 성적인 자극을 일으키는 사진을 많이 찍는 여자일 경우, 외모에 대한 자격지심을 성적매력으로 커버하려는 경향이 있다.

▷BG(배경 샷) - 자신의 외모 대신 아름다운 풍경이나 그림을 메인사진으로 해놓는 경우, 뭔가 있어 보일 것 같지만 사실 뭐 없다. 90프로 이상이 외모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거다.

셀카에 지나치게 심취한 사람 중엔 나르시스트가 많다. 그들은 상대방의 달콤한 칭찬에 쉽게 넘어 가곤 한다. 수술 후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 여자가 셀카를 많이 찍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그들은 셀카를 즐기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 현재가 아닌 과거 사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람들은 욕구불만인 상태일 확률이 높다.

여자들이 비싼 레스토랑에서 예쁘게 나온 사진을 업로드 하는 심리와 남자가 자신의 근육 사진과 자동차 사진을 통해 과시하려는 심리는 비슷하다. 단지 여자는 댓글을 통한 인정 수준에 그치지만, 남자들은 좀 더 확실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일 수 있다.

Tip. 백 번의 말보다 한 번의 사진 공개가 소개팅을 성사시킨다. 잘나온 사진을 프로필로 해놓으면 친하지도 않던 사람들이 말을 걸며 소개팅을 주선해주기도 한다! 그러니 사진공개에 대한 논쟁을 할 시간에 잘나온 사진을 준비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이목구비에 자신이 없다면? 열심히 운동하는 전신사진이라도 하나 갖고 있으면 된다. 남자들이 생각하는 '예쁨' 기준에 건강미(활력)는 필수다. 그것이 청순한 건강미든, 섹시한 건강미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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